한화가 52경기 만에 30승 고지에 올라섰다. 빙그레 황금기 시절인 지난 1992년 이후 가장 빠르게 30승을 달성했다.
한화는 지난 29일 대전 NC전에서 7-2로 승리하며 시즌 30승(22패)을 올렸다. 1~2위 두산(33승18패)-SK(30승21패)에 이어 시즌 3번째 30승 돌파. 30승까지 오는데 52경기면 충분했다. 다른 팀들라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한화에는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30승 기록이다.
한화가 52경기 이내로 30승을 돌파한 것은 암흑기 시절을 넘어 전신 빙그레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1992년 김영덕 감독이 이끌던 빙그레는 38경기 만에 30승(7패1무) 고지를 밟았다. 당시 승률이 무려 8할대(.811). 초반 기세를 앞세워 빙그레는 그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그 이후 지난해까지 한화는 52경기 이내에 30승을 넘어선 적이 없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에도 30승은 69경기 만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선 50경기대 30승도 쉽지 않았다. 2005년 57경기, 2006년 54경기, 2007~2008년 59경기 만에 30승을 달성한 그나마 빠른 페이스였다.
본격적인 암흑기로 접어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화의 30승에는 각각 90경기-79경기-70경기-81경기-96경기-81경기가 필요했다. 30승 달성 시점에선 매년 최하위. 제대로 된 순위 싸움도 못했다. 2015년 58경기 만에 30승을 거두며 잠깐 반등했지만 2016년 75경기, 2017년 69경기로 다시 늦춰졌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 다르다. 지난 9일 고척 넥센전 승리로 36경기 만에 20승(16패)에 성공,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페이스를 보였다. 20승에서 30승으로 가는 과정은 훨씬 더 빨랐다. 16경기 만에 10승을 추가하며 단숨에 30승 고지까지 올라섰다. 5월 23경기 16승7패로 월간 1위를 무섭게 질주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11년만의 가을야구도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2위 SK와는 반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고, 4위 KIA에도 3경기 차이로 넉넉하게 앞서있다. 아직 시즌은 92경기나 더 남아있지만 안정된 마운드와 견고해진 수비의 힘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앞으로 5할 승률만 유지해도 5강권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더 신중하다. 김태균(종아리)·양성우(복사근)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크고 작은 부상자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야수진에 30대 베테랑이 많은 한화는 접전 경기를 많이 치러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왔다.
한용덕 감독은 "호사다마라고 잘될수록 조심해야 한다.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베스트 전력도 아니고, 무리한다고 될 게 아니다. 무리하면 다른 쪽에서 과부하가 걸린다. 6월까지는 5할 승률 목표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 2006년 이후 한화 30승 달성 시점 성적
2006년 6월16일 54경기 30승23패1무 .556 3위
2007년 6월19일 59경기 30승27패2무 .526 3위
2008년 6월07일 59경기 30승29패0무 .508 5위
2009년 7월29일 90경기 30승57패3무 .333 8위
2010년 7월04일 79경기 30승49패0무 .380 8위
2011년 6월28일 70경기 30승39패1무 .435 7위
2012년 7월25일 81경기 30승49패2무 .380 8위
2013년 8월25일 96경기 30승65패1무 .316 9위
2014년 7월25일 81경기 30승50패1무 .375 9위
2015년 6월09일 58경기 30승28패0무 .517 5위
2016년 7월07일 75경기 30승43패2무 .411 9위
2017년 6월22일 69경기 30승39패0무 .435 8위
2018년 5월29일 52경기 30승22패0무 .577 3위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