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느낌이 있었다. 다행히 처음에는 금방 회복이 됐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어깨는 다시 말썽을 부리고 있었다. 좋을 때 찾아온 시련이었다.
SK 차세대 유격수 박승욱(26)은 올 시즌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아파서 2군에 내려갔다. 그것도 잘 보기 드문 부상이었다. 박승욱은 지난 4월 17일 수원 KT전에서 수비 도중 왼쪽 어깨 탈구가 재발해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정밀 진단 결과 뼈를 감싸고 있는 인대가 벌어졌다는 판정을 받고 현재까지 재활 중이다.
박승욱에게 이 부상은 처음이 아니다. 군에 가기 전에도 같은 증상이 있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하면 완치에 가깝게 나을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4월 15일 인천 NC전에서 한 차례 증상이 나오더니, 17일 경기에서는 송구를 하려고 돌아서는 순간 어깨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악몽이었다.

여러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며 수술과 재활을 놓고 꽤 오랜 기간 고민을 했다. 둘 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재활로 가닥을 잡았다. 박승욱은 “수술은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뒀다. 재활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 번 더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독하게 재활에 달려들고 있는 박승욱이다.
운이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박승욱은 “군에 다녀온 뒤 2년 정도는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됐다’고 생각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 부상이 다시 찾아왔다. 관리의 소중함을 느꼈다”면서 “오히려 꾸준히 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은 배운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점은 있다.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설사 완벽한 어깨 상태가 돼도 선수의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박승욱은 “일단 던지는 오른 어깨는 아니라 다행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점은 있지만 내가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경과는 좋다. 5월 중순부터는 티배팅 및 캐치볼을 시작했고, 무난한 흐름으로 재활 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르면 6월 말에는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2군에서 경기 감각을 다시 쌓으면 7월에는 복귀가 가능하다. 중간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감각은 나쁘지 않다.
올해 절치부심한 박승욱은 첫 13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를 기록하는 등 공·수·주 모두에서 한결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와중에 당한 부상이라 더 안타까웠다. 그러나 박승욱은 “안 좋은 성적과 함께 부상을 당했다면 더 상처가 컸을 것이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해야 한다. 최대한 잘 만들어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