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1년 전과 달라진 게 무엇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30 06: 21

1년 전 홈런을 뺏어간 비디오 판독이 올해는 홈런을 만들었다.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29일 대전 NC-한화전. 2회초 NC 공격에서 박석민이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한화 선발투수 김민우의 3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141km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높게 뻗어나간 타구, 담장을 넘어간 건 확실했는데 코스가 조금 애매했다. 폴 안에 들어왔는지, 바깥으로 벗어났는지가 문제였다. 
홈런을 친 박석민도 한동안 타석에서 몸이 기울어진 채로 홈런 타구를 바라봤다. 3루심은 홈런을 선언했고, 박석민은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베이스를 돌았다. 2루에서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그러자 한화 벤치에서는 홈런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오후 6시55분 시작된 비디오 판독은 3분간 진행됐다. 전광판에는 방송사 화면을 표출했지만 정확한 홈런 상황은 보여주지 않았다. KBO 자체 비디오 판독 결과 최초 판정 그대로 홈런이 됐다. 박석민의 시즌 6호 홈런이 인정됐고, 경기가 다시 진행됐다. 
그러나 잠시 후 이날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방송사의 느린 화면은 다른 장면을 보여줬다. 박석민의 타구는 좌측 노란색 폴에서 순간 사라졌다. 방송 화면 각도상 공이 보이지 않는 위치는 폴 바깥. 홈런이 아닌 파울이었다. 폴 위도 아니고, 옆으로 지나가는 공이었지만 판독 센터가 제대로 못 잡았다. 심판진은 "판독 센터에서 내린 결정이다"고 말을 아꼈다. 
KBO는 지난해에도 홈런에 대한 비디오 판독 오심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해 7월20일 롯데 손아섭이 울산 삼성전에서 3회 좌중월 솔로 홈런을 쳤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2루타로 번복됐다. 펜스 위 노란선을 맞고 밖으로 넘어가던 공이 철망을 맞고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왔는데 판독센터에서 이를 놓쳤다. 
이날 경기에 롯데는 4-4 무승부에 그쳐 손아섭의 잃어버린 홈런이 더 아쉬웠다. 논란이 커지자 KBO는 판독 센터장에 10일 출장정지와 함께 심판 2명에게 50만원 벌금 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비디오 판독에 대한 불신이 커졌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반대로 파울이 홈런으로 둔갑했다. 
KBO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비디오 판독 센터 위치를 이전하고 장비와 인력을 늘렸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는 여전히 3대로 태부족하고, 방송사들의 초고속 카메라처럼 돋보기 기능도 없다. 방송사들과도 긴밀한 협조가 안 돼 판독이 내려진 뒤 오심 화면이 뒤늦게 나오길 반복한다. 
비단 이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6일 대전 KT-한화전에서 9회 2사 후 윤석민이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1루에서 접전 타이밍이 나왔고, 한화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원심대로 안타였지만 방송사 느린 화면에는 유격수 하주석의 송구가 조금 더 빠르게 들어간 아웃이었다. 2경기 모두 한화가 승리하면서 논란이 확대되지 않았지만 지금 구조라면 어느 팀이든 피해를 볼 수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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