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롯데 자이언츠는 화끈한 타격으로 경기와 리그 전체를 주도한 시기가 있었다.
2008년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노 피어(No Fear)' 정신을 바탕으로 화끈한 타격으로 경기를 주도한 바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로이스터 감독이 재임한 3년 간 롯데의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전체 1위에 해당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떠난 뒤의 롯데의 야구는 팀 컬러가 실종됐다. 과거와 같은 활화산 같은 타격을 선보였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투수진이 탄탄한 것도 아니었다. 무미건조한 야구를 펼치며 특색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롯데는 막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성적을 이끄는 팀이 됐다. 지난 시즌 후반기, 롯데가 질주를 했던 원동력은 타격이 아닌 투수력이었다. 팀 평균자책점 4.56으로 리그 3위, 후반기 기준으로는 3.93으로 리그 2위에 해당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갓 50경기를 넘기 치렀지만 롯데는 천당과 지옥을 자주 오가는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막 7연패 비롯, 1승10패까지 뒤처졌지만, 이후 7연속 위닝시리즈의 파죽 지세를 이어가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다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간신히 5할 승률을 회복했지만 다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롯데의 성적이 급격한 널뛰기를 펼치는 것은 결국 투수력의 안정 유무였다. 첫 11경기 1승10패의 기간 동안 팀 평균자책점은 7.43이었다. 이 기간 리그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후 7연속 위닝시리즈 포함해 상승세를 탔던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3.58로 리그 1위였다. 이후 6연패에 빠지는 등 최근 8경기 1승7패를 당하는 과정에서는 평균자책점 6.49로 떨어졌다.
롯데는 이제 더 이상 타격의 팀이 아니다. 타격이 뒷받침 되고 점수를 내야 편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 롯데의 타격으로는 대량 득점을 뽑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투수력이 뒷받침 되어야 좀 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고 안정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29일 사직 LG전, 롯데는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6⅔이닝 2실점 역투를 펼친 뒤 진명호(1⅓이닝 무실점)이 리드를 지켰다. 하지만 3-2 상황에서 마무리 손승락이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범하면서 3-5로 역전패를 당했다. 최근 선발진이 불안했고, 불펜진도 쉽사리 안정을 찾기 힘들었는데, 손승락이 아쉬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과거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화끈한 야구에 향수를 느끼는 팬들이 많은 것도 사실. 하지만 롯데는 더 이상 타격의 팀이 아닌 투수력의 팀이다. 팀의 정체성이 확립된 이상 이를 바탕으로 승리 공식을 차근차근 써내려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