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다. 한화 포수 최재훈(29)이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 부상 악재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 시즌의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최재훈은 아찔한 부상을 연이어 당했다. 그런데 한 번도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1군을 지키고 있다. 기회의 소중함을 잘 아는 그는 부상 악재에도 쓰러지지 않고 맞서 싸운다. 스스로 불운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있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 머리를 땅에 찧어 뇌진탕 증세를 보인 게 시작이었다. 시즌 개막 후에도 3번의 부상이 찾아왔다. 지난달 18일 잠실 두산전에선 손목 사구 부상을 당해 4경기 결장했다. 23일 대전 두산전에선 아찔한 헤드샷 사구로 교체되기도 했다.

26일 문학 SK전에선 홈에서 상대 주자와 충돌로 머리와 턱에 충격을 입었다. 정밀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없는 것으로 나와 한숨 돌렸지만 안정을 취하기 위해 2경기를 쉬었다. 30일 대전 NC전에서 다시 선발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9회까지 경기를 책임지며 건재를 알렸다.
최재훈은 "머리 상태는 괜찮다. 부상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 운이 없기도 했지만 결국 다 내 잘못이다. 내가 감수하고 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후유증은 없다"며 "(부상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보며 그라운드에서 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최재훈이 빠진 사이 백업 지성준이 공수에서 활약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한용덕 감독은 "재훈이가 마음 편히 못 쉬는 것 같더라. 성준이가 잘하니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두산 시절에도 경쟁에서 밀린 경험이 있어 더 그런 것 같다"며 "팀으로 보면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훈은 "자극을 받는다기보다 성준이와 함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팀이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성준도 "재훈이형이 프레이밍 하는 모습을 옆에서 계속 보며 많이 배운다. 재훈이형 덕분에 요즘 프레이밍 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고마워했다.
최재훈과 배터리를 맞추는 베테랑 투수 배영수는 그에게 절대 신뢰를 표한다. "재훈이가 하자는 대로 믿고 하면 잘된다. '편하게 하라'고 할 때마다 재훈이가 선배 같다. 머리 다쳤을 때도 그렇고 매번 같이 하려는 모습에 고맙다"는 게 배영수의 말. 투수들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한용덕 감독도 "재훈이가 방망이가 안 올라와 그렇지 나머지 부분에선 잘해주고 있다"고 믿었다. 거듭된 부상 악재에도 최재훈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