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눈물-독설', WC=전쟁터라 불편하지 않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6.02 05: 20

"월드컵 다녀오신 기자님들은 전쟁터라는 것 아시잖아요".
손흥민이 쓴소리를 뱉어냈다. 시종일관 강한 불만과 질책이었다. 단순히 화만 내는 것이 아니라 축구 대표팀 전체와 본인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랭킹 61위)은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41위)와 A매치 평가전에서 에딘 비스카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3으로 패배했다. 이날 신태용호는 변형 스리백으로 나섰지만, 상대 역습에 쉽게 무너지는 약점을 노출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를 마친 손흥민은 작정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이대로면 브라질 때보다 더 망신당할 수도 있다. 진지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것을 개선해야만 한다"며 독설을 시작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 후 그라운드에 쓰려저 통곡했던 그는 "4년 전 눈물을 흘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울지 않으려면,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을 경험해본 선수건 아니건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면서 "지고 있을 때는 정말 짜증난다. 한국을 대표해서 경기에 나서는데 지는 것에 화가 너무 난다. 선수들 모두가 쓴 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나도 기성용 형에게 쓴소리를 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흥민의 쓴소리는 분명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EPL 토트넘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그는 한번 실패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했던 기억을 다시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직접 입으로 표출한 것.
대표팀 막내로 참가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강한 승부욕을 나타냈던 손흥민은 어느덧 대표팀의 핵심 멤버가 됐다. 또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할 위치에도 올랐다.
이미 대표팀 막내인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에게 "대표팀에 놀러왔냐"라며 강한 이야기를 했던 손흥민은 경기 결과가 아닌 내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번 월드컵서 손흥민은 가장 전성기인 상태에서 출전하는 대회다. 따라서 어느 때 보다 강한 승부욕을 나타내고 있다.
손흥민의 쓴소리는 말로 끝나서는 안된다. 팀의 핵심인 선수가 하는 말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또 다른 자리에 있었지만 기성용도 손흥민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캡틴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술적으로 준비를 하지 못하거나 조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모든 힘을 쏟아내야 한다. 손흥민이 말하고 싶은 내용은 한 가지다.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지 못한다면 전술은 무용지물이라는 것. 강한 정신력을 통해 전쟁터인 월드컵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욕망이 대표팀에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주=지형준 기자/ 이대선 기자 jpnews@osen.co.kr/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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