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자랑하던 필승조가 집단 난조를 보였다. 그리고 이들의 난조로 롯데의 뒷심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롯데는 이번 주, 총 3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달 29일 사직 LG전(3-5 패), 31일 사직 LG전(10-11 패) 그리고 6월의 첫 경기인 사직 한화전 6-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13으로 패했다. 이번 주 치른 4경기를 모두 패했고 이 중 3번의 역전패였다.
롯데는 이 3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선취점을 뽑으며 주도권을 잡았고 경기 후반까지 리드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는 이 경기들을 놓쳤다. 무엇보다 경기 막바지에 등장하는 필승조들이 무너지면서 롯데는 뒷심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이어진 7연속 위닝시리즈 기간 동안 롯데는 새로운 필승조를 구축했다. 오현택-진명호-손승락으로 이어지는 '오·명·락 트리오'가 자리를 잡으면서 롯데는 지난해 후반기를 연상케 하는 탄탄한 승리의 자물쇠를 만들었다. 오현택은 올 시즌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고, 진명호는 올해 롯데 투수진의 최대 히트작품이었다. 그리고 마무리 손승락은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불렸다.
그러나 현재 4연패 이전, 6연패에 빠졌을 당시부터 필승조는 조금씩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주어진 기회에서는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잠궜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완벽함에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주를 기점으로 '오·명·락 트리오'는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 마무리 손승락이 LG와의 2경기 연속으로 9회 팀의 리드 상황을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9회에 경기가 뒤집어지면서 롯데는 사실상 추격의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됐다. 결국 오·명·락 트리오의 중심 축이었고, 최후의 보루였던 마무리 손승락은 지난 1일 사직 한화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고 조원우 감독은 손승락의 상태를 전했다.
이제 오현택과 진명호가 손승락의 빈 자리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첫 시험대가 바로 1일 사직 한화전이었다. 이들은 손승락이 뒤를 든든하게 받치던 그동안의 환경과는 다른 상황에서 등판해야 했다. 손승락이 짊어졌던 부담감을 이들이 대신 나눠 맡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5월 한 달 간 무자책 기록을 이어갔던 진명호는 6-5로 앞선 2사 1루에서 등판해 제러드 호잉을 고의4구로 내보낸 뒤 하주석을 삼진으로 솎아내 위기를 차단했다.
그러나 8회초 고비를 극복하지 못했다. 1사 후 정은원에 볼넷을 내준 뒤 최재훈을 삼진 처리했지만 대타 백창수에 2루타를 맞아 2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이용규에게도 볼넷을 내줘 2사 만루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오현택이 진명호의 짐을 덜기 위해 2사 만루에서 나섰지만 오현택도 그 압박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근우에 좌월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6-9로 역전을 당하며 패배의 수순으로 향했다. 손승락에 이어 이번엔 진명호와 오현택이 동시에 무너졌다.
롯데가 뒷심을 바탕으로 초반의 숱한 위기들을 이겨내고 승률을 5할로 맞춘 것이 불과 보름 전이다. 필승조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손승락의 말소로 오·명·락 필승조 조합은 당분간 볼 수 없게 됐고, 진명호와 오현택도 마무리 투수의 부재라는 압박감과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필승조의 보직의 변동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얼마 전과 같이 위력적인 필승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했다. 결국 선수단 전체가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도 점차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롯데는 뒷심을 잃으며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