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의 투톱 파트너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최선일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랭킹 61위)은 지난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41위)와 A매치 평가전서 에딘 비스카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3으로 졌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국내 두 차례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팬들 앞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선전을 다짐하고 응원을 당부하는 출정식도 겸했다.
온두라스전서 포백을 내세웠던 신태용 감독은 이날 스리백을 가동했다. 4-4-2서 3-4-1-2로의 변화였다. 캡틴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재성(전북)이 선발 복귀하는 등 베스트 라인업의 면면이 대거 바뀌었다.

손흥민과 황희찬 투톱 카드는 여전히 중용을 받았다. 신태용 감독의 두터운 신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합격점을 받았던 이근호(강원)가 부상 낙마하면서 자연스레 손흥민-황희찬 듀오가 전방 1옵션으로 굳어졌다.
바람과는 달리 손흥민과 황희찬의 합작품은 기대 이하였다. 둘의 호흡은 온두라스전에 이어 불협화음을 냈다. 개인 기량은 분명히 뛰어나지만 투톱 파트너로서 궁합은 부족했다. 손흥민의 온두라스전 원더골과 황희찬의 2경기 연속 도움에도 아쉬움이 남는 까닭이다.
본래 손흥민과 황희찬은 수비진을 헤집고 직접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번 2연전서 둘이 꽤 많은 엇박자를 냈던 이유다. 필요 이상으로 볼을 끌다 뺏기거나,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상대를 외면해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스니아전도 결정적으로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전반 26분 손흥민이 욕심을 냈다. 박스 안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마크맨이 없었던 황희찬이 패스를 달라고 애타는 손짓을 보냈지만 손흥민은 끝내 외면했다.
황희찬은 손흥민과 호흡에 대해 "공격과 수비 모두 많은 시간 준비하지 않아서 잘 안 맞았다. 좀 더 세밀하고 집중했다면 골로 연결할 찬스가 많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아쉬웠던 찬스라 개인적으로 아쉬웠지만, 어쨌든 형이 2~3명을 제치고 찬스를 만들었고 슈팅까지 연결했다. 서로 이야기를 통해 더 보완하겠다"고 했다.
온두라스전과 비교했을 때 보스니아전에 손흥민이 고립되는 장면이 많았다. 자연스레 손흥민이 볼을 받기 위해 밑으로 내려오는 시간도 길어졌다. 주는 것보다 받는 걸 더 잘하고, 아래보단 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인데 장점을 살리기 힘든 조건이었다.
온두라스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호흡은 달랐다. 같은 듯 다른 스타일인 손흥민과 이승우이지만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투톱 파트너인 황희찬보다 오히려 2선 좌측 날개로 뛰었던 이승우와 소위 쿵짝이 잘 맞았다. 이승우가 수비의 시선을 끄는 공격수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손흥민에게 많은 기회가 생겼다. 첫 번째 골도 그렇게 탄생했다. 이승우가 상대의 시선을 교란시킨 뒤 간결한 패스를 연결, 손흥민이 지체없는 중거리포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신태용 감독은 이근호의 이탈 후 2선 자원인 이승우를 투톱 공격수로 활용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손흥민은 대표팀엔 없어선 안될 자원이다. 그의 장점을 오롯이 살려내야 16강행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온두라스전과 보스니아전만 놓고 보면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황희찬보다 이승우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 볼리비아, 세네갈과 두 차례 평가전이 남았다. 손흥민-이승우 투톱 카드는 최전방의 새 옵션으로 실험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dolyng@osen.co.kr

[사진] 전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