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 1호 퇴출 외인선수는 두산 지미 파레디스(30)였다. 1위팀에서 1호 퇴출이 나온 게 특이하다.
두산은 지난 1일 외야수 파레디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총액 80만 달러를 받고 두산 유니폼을 입은 파레디스는 두 번이나 2군으로 내려간 끝에 6월 첫 날 결별 통보를 받았다. 두산으로선 꽤 많은 금액을 투자한 외인 타자였기에 속이 쓰린 결정이다.
두산은 지난 2년간 활약한 닉 에반스와 재계약을 포기하며 파레디스를 뽑았다. 내야 1·3루, 외야 코너까지 맡을 수 있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고, 양 쪽 타석 모두 들어설 수 있는 스위치히터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를 경험은 것도 보너스였다.

파레디스는 두산이 2~3년 전부터 관심을 보인 선수였다. 두산뿐만 아니라 KBO리그 여러 팀들 사이에서 파레디스의 이름이 오갔다. 메이저리그에서 설자리를 잃기 시작하자 에이전트 측에서 '세일즈'에 나섰다. 일본과 한국 팀들에 메이저리그 경력을 앞세워 적극 홍보했다.
지난 201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파레디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오가며 2016년까지 6년간 통산 332경기 타율 2할5푼1리 239안타 20홈런 100타점 19도루를 기록했다. 2015년 볼티모어에서는 104경기 타율 2할7푼5리 100안타 10홈런 42타점으로 활약했다.
이 같은 경력으로 지난해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계약했다. 그에 앞서 한국에서도 파레디스를 지켜본 팀들이 몇몇 있었다. 메이저리그 경력, 비교적 젊은 나이로 워낙 좋게 포장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 중 한 구단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파레디스를 직접 보고선 영입 리스트에서 지웠다.
한 관계자는 "힘이 좋아 장타력이 뛰어나지만 변화구에 너무 약했다. 우타자로는 장타력이 떨어져 스위치히터의 의미가 없었다. 수비도 원래 3루수 출신이라는데 1루 송구도 제대로 안 됐다. 외야에서도 쉬운 타구가 아니면 못 따라갔다. 20홈런을 치더라도 약점이 많은 선수라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바 롯데에서 89경기 타율 2할1푼9리 59안타 10홈런 26타점 19볼넷 97삼진으로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재계약에 실패했다. 두산은 일본에 비해 투수력이 떨어지는 한국에선 어느 정도 성적 향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더 참혹했다. 21경기 타율 1할3푼8리 9안타 1홈런 4타점 4볼넷 17삼진.
에이전트의 적극적인 세일즈와 준수한 커리어로 잘 포장돼 있었지만 실속이 없었다. 파레디스의 실패는 KBO리그에 '겉포장에 속지 말자'는 교훈을 남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