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강심장 야구' 한화, 10년만에 '+10' 찍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6.03 07: 16

한화가 10년 만에 승패 마진 '+10'을 찍었다. 초보 같지 않은 한용덕(53) 감독의 강심장이 원칙야구를 완성했다. 성적과 리빌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 3-2,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시즌 성적 33승23패(.589)로 2위를 마크한 한화는 승패 마진 '+10'을 벌었다. 한화가 +10을 찍은 건 무려 10년 전 일이다. 김인식 전 감독 시절이었던 2008년 7월18일 이후 3606일만의 쾌거다. 
그 사이 한화에 +10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 김성근 전 감독의 첫 시즌이었던 2015년 6월16일, 7월14일 두 차례 +6을 기록한 게 최고였다. 시즌 전 약체로 평가받은 한화의 반전은 4월 반짝이 아니라 5~6월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가 +10이다. 

한용덕 감독의 원칙야구도 새삼 빛나고 있다. +10을 만든 2일 롯데전에서 두 번의 선택 갈림길에서 한 감독은 강심장을 발휘했다. 안전 주의로 갈 수 있었지만,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고 승부했다. 
첫 번째는 선발투수 김재영의 교체 시기. 1-1 동점으로 맞선 6회 김재영은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투구수는 88개로 불펜에선 장민재가 몸을 풀고 있었다. 자칫 승부를 내줄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김재영으로 밀어붙였다. 김재영은 문규현을 투수 앞 땅볼 유도하며 더블 플레이를 이끌어냈고, 한동희를 삼진 처리하며 실점 없이 막았다. 가능한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며 불펜을 아끼고 젊은 선수에게 큰 경험과 자신감을 안긴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정우람 대신 서균 투입이었다. 2-1로 앞선 8회 2사 1·3루 위기. 롯데가 이대호를 대타로 내세우자 한화도 안영명을 내렸다. 5일을 쉰 마무리 정우람에게 아웃카운트 4개를 맡길 수 있었다. 1점차를 지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지만 마운드에는 사이드암 서균이 올라왔다. 서균은 이대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그 순간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한화는 9회 결승 득점을 뽑아낸 뒤 정우람에게 마지막 1이닝을 맡기며 경기를 끝냈다. 한 감독은 시즌 전 정우람을 가급적 1이닝으로 제한할 계획을 밝혔다. 실제 정우람은 1이닝 초과가 2차례뿐이다.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건 어떤 상황에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한 감독의 강심장이 있다. 결과를 떠나 젊은 선수들에겐 믿음이 경험이다. 
한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젊은 투수들을 위기에 교체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상황에서 빼버리면 남는 게 없다. 위기를 잘 버티면 그게 힘이다. 그렇게 한 번 넘어가면 선수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던 김민우가 그렇게 5선발로 자리 잡았다. 서균·박상원·김범수 등도 필승조로 자랐다. 
야수 쪽에서도 번트를 아끼고 과감한 더블스틸로 상대 허를 찌른다. 희생번트는 10개로 리그 최소. 경기 후반 1점이 필요할 때도 강공으로 붙었다. 결과가 안 좋을 때도 한 감독은 "야구는 어차피 결과론이다. 책임은 감독이 지면 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주루사·도루사 모두 24개로 리그 최다이지만 "우린 공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계속 뛰어라"고 독려했다. 1~2일 롯데전에 연이틀 더블스틸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발야구를 보였다.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한 한 감독의 인내가 있어 가능했다. 
한 감독은 "요즘도 매 경기가 조마조마하다. 그런 마음으로 항상 경기를 준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이런 강심장이 또 없다. 한 감독의 강심장으로 한화에 원칙야구가 뿌리내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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