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이 감독대행으로' NC, 초유의 인사 개편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6.04 06: 10

NC 김경문 감독이 물러났다. 후임 감독을 정하지 않은 채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른다. KBO리그에선 초유의 일이다. 
NC는 지난 3일 마산 삼성전에서 7-8로 패한 뒤 김경문 감독의 구단 고문 이동을 밝히며 퇴진을 발표했다. 이날 경기 전 김경문 감독 퇴진,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체제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최고위층에서 이 같은 현장 리더십 교체를 결정했다. 
NC의 감독 교체는 올 시즌을 더 이상 성적에 욕심 내지 않고 선수들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NC는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발생하며 불펜 혹사 논란까지 있었다. 사실상 꼴찌로 굳어진 상황에서 변화를 늦춰선 좋을 게 없었다. 팀 안정화가 시급했다. 여기까진 일반적으로 구단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감독대행 선임이 의외다. 대개 감독이 시즌 도중에 물러나면 내부 코칭스태프에서 누군가 감독대행을 맡기 마련이다. 보통 '2인자'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선임되지만 예외는 있었다. 지난 2011년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2군 감독, 지난해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1군 투수코치를 맡다 감독대행으로 승격됐다. 
그런데 이번에 NC는 현장 코칭스태프가 아니라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이 감독대행을 맡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KBO리그에서 전례 없는 일. 뒤에서 현장을 지원하던 단장이 하루아침에 유니폼을 입고 현장 최일선에 섰다. 당분간 한시적 조치가 아니라 남은 85경기를 유영준 감독대행 체제로 간다. 바꿔 말하면 내부 코치들 중에서는 후임 감독 후보가 없다는 뜻이다. 남은 코치진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단도 흔들릴 수 있다. 팀 안정화를 위한 감독 교체이지만 위험부담이 큰 조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같은 케이스가 있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지난 2015년 5월18일(한국시간) 마이크 레드먼드 감독을 경질한 뒤 이튿날 댄 제닝스 단장이 감독을 겸하기로 발표했다. 스카우트로 메이저리그에 오랫동안 몸담았지만, 프로 선수·지도자 경력은 없었다. 역사가 긴 메이저리그에서도 파격적인 인사 조치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레드먼드 감독 경질 당시 16승22패(.421)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에 머물렀던 마이애미는 제닝스 단장·감독 체제에서 55승69패(.444)로 최종 순위는 3위에 올랐다. 성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았지만 큰 반전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시즌 후 돈 매팅리 감독이 선임되면서 제닝스는 단장·감독 자리를 모두 잃었다. 
유영준 감독대행은 지난 2011년 NC의 팀 창단 때 스카우트로 합류했다. 그에 앞서 장충고 감독을 10년간 맡은 경험이 있지만, 프로에선 선수와 지도자 경력이 없다. 배명고-중앙대-한국화장품에서 포수로 활약한 야구인 출신이지만 전임 김경문 감독의 그림자가 워낙 크다. 김 감독의 후임이란 막중한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김경문 감독과 유영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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