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에 할 말은 다했다. 이제는 알아서 근성을 보여줘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5월은 완만한 상승 곡선, 그리고 급격한 하락세로 정리할 수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서서히 최고점에 올라섰다가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내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 5월 중순까지 7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뒀던 롯데였지만 이후 각각 6연패와 5연패를 당하는 등 최근 13경기에서 2승11패를 내리막길을 탔다. 5할이었던 승률도 이제는 24승32패, 승패마진 -8까지 떨어졌다.
최근 13경기에서 2승을 거두고 연패를 탈출시킨 중심에는 주장 이대호가 있었다. 이대호는 지난달 27일 고척 넥센전에서 멀티 홈런 5타점을 집중시켜 팀의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그리고 다시 5연패에 빠진 뒤 맞이한 지난 3일 사직 한화전에서도 쐐기포 포함해 4타점 활약을 펼치며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연패에 빠진 와중에서도 이대호의 타격감은 절정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13경기 동안 타율 4할9리(44타수 18안타) 3홈런 17타점 OPS 1.221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 3일 사직 한화전에서 팀의 5연패를 끊어낸 뒤 취재진과 마주한 이대호는 힘든 한 주가 지나갔음을 전했다. 롯데는 5연패 기간 동안 4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모두 8회와 9회 등 경기 후반에 가서야 경기가 뒤집어지는 등 롯데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대호는 "선수들 모두 이번 주가 정말 힘들었던 한 주였다. 이길 수 있던 경기들을 놓치면서 연패가 이어졌다. 이제는 다시 준비를 잘 해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타격감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야구는 어차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 혼자 잘해서는 소용이 없다"고 했다.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타석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든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면서 "타석에서 기회가 왔을때 다른 타자들에게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팀도 강해지고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심 타자들만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것.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자기 스윙을 해서 모두가 '주인 의식'과 '영웅 의식'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 이대호의 말이다.
롯데는 현재 위기다. 언제든지 팀은 질 수 있고,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연패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롯데가 연패에 빠지고 추락을 거듭하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실책과 실수들이 경기를 지배했다. 경기 중후반 자멸하는 경기들이 수두룩했다. 이대호 스스로도 경각심을 느꼈다.
"위기에 빠지면서 선수단에 할 말은 다했다. 프로 선수들이다. 말을 안해도 이제는 알아서 해줘야 한다"는 것이 이대호의 말. 이제 선수들이 그라운에서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투수들이 맞는 것은 상대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을 수도 있기에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백업이나 수비 등 기본적인 부분들이 잘 되지 않으면서 점수를 어렵게 내고 쉽게 내주는 경기들이 많았다"고 최근 팀의 부진을 되돌아봤다.
정신력을 다잡고 투지 있는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이대호의 생각. 그는 "한 발 더 뛰고, 어떻게든 출루하고, 수비에서도 온 몸을 던져서 막아내는 전투력과 근성, 승부욕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분위기를 바꾸고 팀도 강해질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동안 이대호는 주장으로서 선수단에게 보다 편한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조언들도 많이 했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대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더 이상 선수단에 좋은 말만 하지 않았다. 함께 위기 의식을 통감하면서 선수단에 강하게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한국 무대로 복귀한 지 2년 차. 그리고 2년 연속 주장을 맡았다. 이대호가 선수단에 강하게 메시지를 던진 적은 거의 처음이다. 과연 이대호의 말에 선수단 전체가 응답하며 최근의 침체를 벗어날 수 있을까. 돌아올 한 주의 롯데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