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발목 잡은 불펜야구, 고충과 미안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6.04 12: 00

14시즌 통산 896승에 빛나는 김경문(60) 감독이 NC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신생팀 NC를 단기간 강팀으로 만들었지만 끝내 우승이란 열매를 맺지 못했다. 
두산 시절도 그렇고 NC에서도 김 감독이 우승을 못한 이유는 마운드에 있었다. 5인 선발 체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간 시즌이 거의 없었다. 매년 불펜 필승조 투수에 의존도가 높았다. 두산 시절에는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으로 이어진 'KILL' 라인을 앞세운 불펜야구로 승승장구했다. 
NC로 와서도 김 감독의 야구에선 불펜이 절대 비중을 차지했다. 김진성·원종현·임창민·이민호·최금강 등이 불펜 핵심 필승조로 활약했다. 2015~2016년 2년 연속 구원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구원 평균자책점 2위로 리그 정상급이었지만 최다 587⅔이닝을 소화한 게 불안요소였다. 

지난해 중반부터 외인 투수 제프 맨쉽이 팔꿈치 통증으로 장기 결장했고, 젊은 선발투수들의 더딘 성장세가 불펜 부담을 가중시켰다. 올해도 외인 투수 로건 베렛이 실패하며 사정은 더 악화됐다. 김진성·원종현·이민호가 구위 저하를 보였고, 마무리 임창민은 수술대에 올랐다. NC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6.06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최대 강점이 최대 약점이 되어버렸다. 
바깥에선 김 감독의 불펜 혹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시범경기 기간 김 감독은 "한 주에 4번 이기면 4경기 모두 필승 투수들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연투를 하고 하루 쉰다고 가정하면 일주일 4번을 쓸 수밖에 없다. 이기는 팀일수록 더 그렇다"며 "중간 투수는 한 시즌 적어도 70경기는 쓰게 되어있다. 여유 있게 이기는 경기에 한두 방 맞으면 금세 역전 당할 수 있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올 시즌 배재환·노성호·유원상·김건태 등 새로운 불펜 자원을 찾는 데 힘썼다. 김 감독은 "중간 투수는 다다익선이다. 많이 준비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주축 불펜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며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선발들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고, 불펜은 순식간에 붕괴됐다. 
불펜에 미안함을 가졌던 김 감독은 평소에도 구원투수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팀이든 중간투수 대우를 잘해줘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예전보다 중간·마무리투수 대우가 엄청 좋아졌다"며 고생한 불펜투수들이 연봉으로 보상받길 바랐다. 하지만 지난겨울 NC의 불펜투수들의 연봉 협상에선 심한 파열음이 났다. 
사다리식 포스트시즌이 치러지는 KBO리그에서 불펜야구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 위해선 무조건 정규시즌 1위를 해야 한다. 과거 삼성·SK가 그랬다. 불펜야구로는 시즌 초중반 잘 나가다가도 후반부터 가을야구에 갈수록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부터 NC까지 14년간 정규시즌 1위를 한 번도 못했다. 두산 시절인 2005·2007·2008년, NC로 와서 2015~2016년 2위에 오른 게 최고. 한국시리즈에는 4번이나 올라갔지만 모두 졌다. 선발이 뒷받침되지 않은 불펜야구로는 대권을 잡기에 무리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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