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안방을 떠났지만 손예진과 정해인이 그린 진아-준희 커플의 여운은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손예진과 정해인은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완벽한 감정이입을 이끈 현실 로맨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2013년 방송된 KBS 2TV '상어' 이후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왔고 정해인은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첫 로맨스 드라마 주연을 맡아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제목 그대로 손예진은 '예쁜 누나' 그 자체였고 정해인은 매력부자 연하남으로 시청자들을 제대로 홀렸다.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이 있었기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호평을 받으며 지난달 19일 종영했다. 최근 종영 인터뷰 차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해인은 "첫 주연이라 부담이 엄청 컸다. 예진 누나의 커리어에 누가 될까 봐 가장 걱정이었다. 그런데 예진 누나가 초반에 보내준 문자가 두고두고 힘이 됐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랬다. 촬영 초반, 안판석 감독은 손예진과 정해인에게 지하도를 걸어가며 뽀뽀하는 신을 요구했다. 정해인이 리드해야 했는데 웬일인지 그는 머뭇거렸다. 손예진 역시 정해인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져 머뭇거렸다고. 이렇게 촬영 초반 손예진과 정해인은 각자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안고 무겁게 촬영에 임했다.

이 때 손예진은 촬영 후 정해인에게 따로 "해인아 넌 준희 그 자체야. 어색해하면 같이 어색해지는데 그 어색한 것조차도, 능숙하지 않은 것조차도 준희니까 지금 그 모습 그대로 하라고 했으면 좋겠어. 아마 더 좋아질 거야. 잘하고 있어"라는 투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정해인은 대선배인 손예진의 문자를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곱씹으면서 서준희 캐릭터에 더 녹아들어갔다. 첫 드라마 주연인데다 '대세 배우'로 온 시선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터라 중압감은 대단했지만 손예진의 배려와 센스 덕분에 정해인은 점차 제몫을 200% 해냈다.
이 때를 떠올리며 손예진도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해인이가 꽤 힘들었는지 그 문자 얘기를 자주 하더라. 사실 나 역시 영화 '클래식' 때 너무 고통스러웠다. 1인 2역을 해야 하는데 감정을 못 잡는 내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 주연으로서 너무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곽재용 감독님이 '시간이 지나면 더 잘할 거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더 잘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그 모습 자체로도 예쁘다. 현재도 잘하고 있다'는 말로 용기를 주셨다. 이 얘기를 나도 정해인에게 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드라마를 찍는 거라 안 떨리는 척했으니까 하하"라며 해맑게 미소 지었다.

손예진과 정해인은 초반 각자의 부담을 떨치고 완벽하게 진아와 준희로 몰입했다. 두 사람 다 현장 분위기를 비결로 꼽았다. 스태프들은 물론 안판석 감독이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를 최우선으로 꼽으며 배려를 다해 연출해줬다는 고마운 마음이었다. 특유의 따뜻하고 예쁜 영상미는 보너스였다.
손예진은 "현장 분위기는 한 사람 한 사람에 좌지우지 된다. '예쁜 누나'는 가장 중요한 감독님이 현장을 행복하게 해주셨다. 드라마를 항상 힘들게 찍었고 지금도 다른 분들은 힘들게 찍고 있을 텐데 '예쁜 누나'의 현장은 값지더라. 반응도 좋으니까 현장에서 더 힘을 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예쁜 누나' 후속으로는 정지훈, 이동건, 이선빈 주연의 '스케치'가 매주 금토 전파를 타고 있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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