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
홈구단의 공식 훈련을 앞두고 일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실명을 밝힐 수 없지만 자신의 입지가 불투명한 1.5군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가볍게 캐치볼을 한 뒤 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이때 구단의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한 인물과 외부 인사들이 선수들이 한창 몸을 풀고 있는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업무협약 체결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응당 선수들인데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선수들에게 사진 촬영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 때문인지 저리 가라는 시늉을 했다. 힘없는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사진 촬영을 마친 고위 관계자와 외부 인사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기자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기자는 구단 운영에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감이 확 들었다.
정확히 두 달 뒤 사달이 났다. NC는 3일 창원 삼성전이 끝난 뒤 '현장 리더십 교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NC 다이노스가 3일 선수단 체제를 개편한다. 김경문 감독 이후 유영준 단장을 감독 대행으로 정해 남은 시즌을 치른다. 단장 대행은 김종문 미디어홍보팀장이 맡는다. 김경문 감독은 구단의 고문으로서 호칭과 예우를 받는다.
2011년 8월 NC 창단 감독으로 부임, 지난 7년간 신구세대의 조화, 무명선수의 과감한 발탁 등으로 다이노스를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황순현 대표는 "김 감독님 덕분에 신생팀이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감독님이 그 동안 보여준 헌신과 열정, 노력에 감사드린다. 과감한 혁신 작업으로 팬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일방적인 경질 통보에 가까웠다. 과연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린 게 실무진일까. 아니다. 두 달 전 그라운드에서 훈련중인 선수들에게 저리 가라고 했던 고위 관계자의 계획이라고 봐야 한다. 이 고위 관계자가 새롭게 부임한 뒤 퇴사 직원이 크게 늘어났다는 후문. 그렇다고 현재 팀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동안 후발 주자로서 선진적인 구단 운영으로 좋은 사례가 됐던 NC.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집안에 사람이 잘 들어와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