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가 시청률 상승으로 방송 한 달 만에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쥔 가운데, 이들이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세 가지를 꼽아본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가 전국 기준으로 7%, 7.7%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달 14일 방송 이후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수치이기도 했다.


‘검법남녀’는 첫 방송에서 4%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최약체로 출발했지만, 4주가 지난 5일 마침내 8%대 돌파를 앞두면서 조 1위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오랫동안 3%대를 기록했던 MBC 드라마국으로서는 제대로 된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검법남녀’의 동시간대 1위는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말 있었던 긴 총파업의 여파로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검법남녀’는 지속된 시청률 상승을 이뤄내 박수를 받았다.
괴짜 법의학자 백범(정재영 분)과 초짜 검사 은솔(정유미 분)의 좌충우돌 공조 수사를 다룬 ‘검법남녀’는 수사물의 후발주자다. 하지만 법의학자 백범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명감만으로 일을 해내는 법의학자들의 고충과 애환을 다뤄 극의 차별화를 뒀다. 지난 4일 ‘검법남녀’ 현장에서 만난 노도철 PD 또한 “법의관이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뚝심있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검법남녀’는 특히 짧은 에피소드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검법남녀’는 매주 한 에피소드를 등장시킨다. 한 사건으로 몇 주가 진행되는 다른 수사드라마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사건 중심으로 전개 방식을 바꾼 것. 이 때문에 ‘검법남녀’를 이제 막 보기 시작한 시청자도 무리없이 드라마를 따라갈 수 있게 됐고, ‘언제 봐도 무리 없는 수사물’이 됐다. 치열한 전개로 중간유입이 어려운 장르물의 단점을 보완한 조치다.
노도철 PD는 이에 대해 “짧은 에피소드 중심이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처음엔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다”고 전했다. 장르물이 활발하게 제작되는 미국드라마(미드)에서는 짧은 사건 중심이 대부분인 반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방식이다. 하지만 ‘검법남녀’는 도전 끝에 짧은 에피소드 중심도 시청자에 제대로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시청 유입 허들을 제대로 낮춘 한 방이었다.

백범 역의 정재영도 ‘검법남녀’의 상승세에 큰 몫을 했다. 정재영은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할 만큼 연기력에는 걱정이 없고, 백범이란 캐릭터는 정재영의 묵묵한 이미지와도 많이 닮았다. 지난 4일 ‘검법남녀’ 현장에서 만난 정재영 또한 “사실 저와 닮았다. 말투나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다”라며 “백범은 이 인물을 대변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속을 좀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한 면모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백범이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변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니, 정재영의 연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빛날 수밖에 없었다. 극의 주연으로서, 그리고 선배 연기자로서 극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낸 것. 많은 시청자들은 “하드캐리는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정재영이 제대로 자신에게 착 붙는 역할을 찾은 것 같아 더욱 몰입이 된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주목할 만한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것도 ‘검법남녀’에겐 신의 한 수가 됐다. 월화드라마 1위를 달렸던 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이 지난주 종영했기 때문. 그동안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던 ‘검법남녀’가 ‘우리가 만난 기적’을 이어 1위를 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비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검법남녀’에게는 차별화이자 장점으로 통했다.
노도철 PD는 이에 “타 드라마가 끝나서 시청자들이 한꺼번에 유입될 것 같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장르만의 특성과 대중적인 콘셉트가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한다. 파이가 커졌다는 생각이다. 우리 드라마가 끝까지 뚝심있게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바를 그려내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 ‘검법남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