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뽑을 수 있는 최고의 투수는 맞다. 그러나 리스크가 있는 투수임도 분명하다. 김광현(30·SK)의 아시안게임 차출이 논란을 부른 가운데 선동렬 감독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동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오는 1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몇몇 미필 선수들의 승선 여부는 물론 김광현 선발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뤄지고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 돌아온 김광현은 완벽한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일까지 10경기에서 56⅓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순항 중이다. 수술 전보다 구속 상승세가 뚜렷하게 보이는 등 재활이 거의 완벽하게 됐음을 과시하고 있다. 규정이닝에 ⅔이닝이 모자란 김광현이 6일 경기에서 현재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리그 2위, 국내 선수로는 1위다.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 참가해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현재 실력은 물론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 양현종(30·KIA)과 함께 중요한 경기를 책임질 선수로 뽑힌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선발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김광현의 올 시즌이 평상시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SK는 김광현의 복귀 시즌 이닝을 110~120이닝, 2200~2300구 정도로 관리한다는 계획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때문에 이미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휴식을 취했다. 조만간 2주 정도 또 한 번의 휴식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김광현의 팔 상태가 지금까지는 아주 좋아 이닝이나 투구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5~6번 등판 후 두 번 이상 로테이션을 건너뛰는 패턴은 확고하다. 또한 피로가 쌓일 여름에는 더 많은 휴식을 줄 수도 있다는 게 SK의 당초 구상이었다.
팔꿈치 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고 돌아온 선수가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하는 것은 무리가 되는 일정일 수도 있다. 만약 김광현이 지금까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면 선 감독의 선택지에서도 제외됐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너무 잘해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이 활짝 열린 모양새다. 다만 대회가 열리는 8월까지 다른 선수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아시안게임까지 김광현은 최소 두 차례 이상의 1군 공백기를 가질 예정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나, 공교롭게도 아시안게임이 구단의 예정된 휴식 기간과 맞아 떨어질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 한다. 여름에 평소보다 더 긴 휴식기를 줄 것을 계산한 것이기에 더 그렇다. 팔꿈치에 피로가 누적돼 중도에 대표팀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적게나마 남아있다.
김광현과 SK는 선 감독의 판단에 따른다는 생각이다. 김광현은 차출을 거부하거나 고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가가 부르면 무조건 나간다는 게 김광현의 평소 소신이다. SK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차출 요청이 들어온다면 거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던진 이닝까지 모두 계산해야하기 때문에, 정작 SK는 그만큼 시즌에 김광현을 활용하지 못한다.
일단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광현의 관리 계획에 아시안게임까지 포함한 복잡한 구상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과 팀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프로 사령탑 경험이 풍부한 선 감독도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힐만 감독은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일단 시즌 구상대로 관리하고, 아시안게임에 차출된다면 그때 생각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관리 계획을 일부러 아시안게임에 맞추기도 어렵고, 힐만 감독에게 그럴 의무까지 부여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차출한 뒤 대회 전까지 상황을 더 지켜보고,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다른 선수로 교체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회에서 김광현의 출전 경기를 ‘매우 중요한 경기’로 한정할 가능성도 있다. 선 감독의 선택이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