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떠난 첫 날, 여전히 마산을 적셨던 '달의 그림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6.06 06: 38

'달의 그림자'는 여전히 마산을 적시고 있었다.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은 2011년 8월, 팀의 창단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지난 3일 팀의 고문으로 물러났다. 약 7년 동안 이끌었던 팀과의 이별은 초라했다. 구단은 '리더십 교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경질에 가까운 모양새로 김 전 감독은 7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팀을 떠났다.
7년 간 그가 남긴 족적은 팀의 역사와도 다름 없었다. 창단 초대 감독으로 2014년과 2016년, 두 번의 재계약에 성공하며 팀의 기틀을 닦았다. 2013년 1군 진입 첫 해, 9개 구단 체제의 막내로서 경쟁력을 선보이며 꼴찌 예상에도 불구하고 7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1군 진입 2년 만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궜다. 비록 첫 단계인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이듬해에는 창단 첫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역시 첫 단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기까지 했다. 비록 시리즈 전적 4전 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김경문 전 감독은 신생팀에서 유례없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동안의 성과와는 사뭇 달랐다. 김 전 감독이 물러나기 전까지 팀은 20승39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구상했던 전력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이탈하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정비를 해서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줄 것이다"는 말로 팀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구단과의 기싸움을 펼치던 김 전 감독은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모양새로 팀을 떠났다.
지난 5일 마산 롯데전은 유영준 단장이 감독 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치르는 첫 경기였다. 유영준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강단있는 모습으로 팀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소통과 안정이 재정비의 중심이었다. 김 전 감독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피했지만, 김 전 감독과는 다른 야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뉘앙스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코칭스태프 개편에서도 김 전 감독의 색채를 지우려는 기색이 역력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김 전 감독의 빈 자리는 컸고, 그가 마산에 드리우게 했던 그림자는 짙었다. 당장 마산구장의 공기는 무거웠고, 김 전 감독이 덕아웃에 있으면 당연하게 들렸던 선수들의 우렁찬 인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퇴진 발표가 난 뒤,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눈물을 훔쳤다는 전언이다.
선수단 역시 김 전 감독의 퇴진에 책임을 통감했다.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된 박석민은 "김경문 감독님께서 요청을 하셔서 제가 FA로 이 팀에 오게 됐다. 그런제 제가 못해서 김 감독님이 떠나신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울러, 마산구장 앞에서는 김 전 감독의 퇴진에 구단을 성토하는 시위가 열렸고, 구장 한 켠에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NC의 팬들은 '당신이 만든 달그림자는 그라운드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NC의 영원한 명장 김경문 감독님, 당신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는 문구를 걸며 김 전 감독을 응원했다. 
구단은 김경문 전 감독 체제와는 다른 경기력으로 첫 경기를 치르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NC는 다를 바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유 감독대행은 경기 초반이던 4회, 0-1의 한 점차 상황에서 이대호를 고의 4구로 내보내는 작전을 펼치며 자신의 색깔과 승부수를 보여줬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에이스 왕웨이중도 5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했다. 
NC가 김경문 전 감독이 떠난 공백을 채우기는 쉽지 않을 터. 구단은 김 전 감독의 흔적을 서서히 지워나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의 야구는 이미 마산에 스며든 뒤였다. '달의 그림자'는 여전히 마산구장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