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G OPS 1.290’ 김동엽을 바꾼 주위의 진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6.07 10: 10

SK 우타거포 김동엽(28)은 시즌 개막 이후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갔다. 시즌 초반 호조를 보이던 타격이 5월 이후 뚝 떨어졌다. “30홈런도 가능하다”던 기대감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나”는 우려로 싹 바뀌었다.
실제 김동엽의 타율은 4월 27일까지 2할8푼으로 그렇게 나쁜 수준이 아니었다. 다소간 떨어지는 정확도는 화끈한 한 방으로 만회했다. 4월 말까지 홈런만 10개를 쳤다. 리그 홈런 선두권이었다. 하지만 그 후 상대의 바깥쪽 변화구 승부에 고전하기 시작하더니 타율이 폭락했다. 5월 20일 KIA전이 끝난 이후 김동엽의 타율은 2할3푼5리까지 떨어져 있었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시즌 초반 좋은 홈런 페이스에 자만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스윙 매커니즘이 완벽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타격이었다. 감이 좋지 않을 때는 적극적인 스윙이 오히려 독이 되는 감도 있었다.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랬던 이 거포를 깨운 것은 격려와 질책이었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김동엽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김동엽이 누구보다 더 많은 스윙을 하고, 더 많은 훈련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스탠스를 바꾸는 모험을 강행했다. 정 코치 또한 이것이 완벽한 대안이나 처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동엽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정 코치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막상 타석에 서면 다시 원래 폼으로 조금씩 돌아가더라”고 했다. 김동엽도 “오락가락하는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때마다 김동엽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폼을 주문했다. 연습 타격 때도 우중간 타구에 욕심을 내는 김동엽을 만류했다. 오히려 장점을 살리는 타격을 주문했다.
아버지의 조언도 김동엽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동엽의 부친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빙그레의 주전 포수였던 김상국 씨다. 그런 아버지는 타격 부진에 월요일에도 밤늦게까지 방망이를 돌리는 아들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했다.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자신감을 살렸다. 김동엽은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있으니 아버지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빨리 좋아질 것 같다’고 많이 격려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그런 김동엽은 공교롭게도 타격 스탠스를 수정한 직후 1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다. 12경기에서 홈런만 6개고 11타점을 올렸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290이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 중 최근 12경기만 놓고 보면 손아섭(롯데)에 이어 리그 2위다. 바깥쪽 공에 대한 인내심이 강해졌고, 타격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좋은 타구들이 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몸쪽에도 약하지 않은 모습이다.
정 코치는 같은 이유로 스탠스를 바꾼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을 사례로 들면서 “김동엽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스탠스로도 바깥쪽 공을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탠튼은 클로즈드 스탠스의 약점을 힘과 배트스피드로 만회했다. 김동엽도 그런 재능이 있다. 정 코치의 예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잘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동엽도 “왼 어깨가 열리지 않으면서 밸런스가 좋아진 부분이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김동엽이나, 정 코치나 아직은 멀었다고 이야기한다. 김동엽은 “계속 연습해야 한다. 동료들과 일찍 나와 많은 연습을 하고 있다. 반복훈련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고 현재 페이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처럼 김동엽은 이제 막 한숨을 돌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다면 SK는 또 하나의 30홈런 타자 탄생을 지켜볼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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