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필요 없다.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유쾌한 케이퍼무비 한 편이 탄생했다. 사회 전반에서 젠더 이슈가 화두인 가운데 꿋꿋하게 페미니즘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작품이 될 듯하다.
7일 오후 서울 가양동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오션스8’(감독 게리 로스,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 스티븐 소더버그)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개봉은 이달 13일.


‘오션스8’은 전 애인 클로드 베커(리처드 아미티지)의 배신으로 5년간 감옥에서 보낸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이 그의 절친한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와 함께 명품 목걸이를 훔치기 위해 팀을 결성하고 돈이 필요한, 개성 강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을 담은 케이퍼무비이다.
모범수로서 가석방된 데비는 믿음직스러운 루를 찾아가 감옥에서 5년 동안 시뮬레이션을 짠 새로운 계획을 설명한다. 그녀의 목표는 ‘일타쌍피’. 수억 원대 목걸이도 훔치고 자신을 감옥에 보낸 전 남자친구 클로드에게 복수를 해주는 것이다.
이들은 톱스타 다프네 클루거(앤 해서웨이)의 유명세와 인기를 이용해 그녀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최대 패션 행사 '메트 갈라'의 주인공으로 세운다. 진짜를 가짜로 바꾼다는 설정은 케이퍼무비의 뻔한 공식이긴 하나, 그것을 이루기 위한 우여곡절의 과정들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무언가를 훔쳐서 달아나는 ‘오션스’의 전통에 따라 8명의 범죄단은 각각의 전문 기술을 십분 발휘하며 차진 팀워크를 자랑한다. 균열 없이 짜릿하게 펼쳐지는 범죄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8명의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마력은 상당하다.
‘오션스8’는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민디 캘링, 사라 폴슨, 아콰피나, 리아나, 헬레나 본햄 카더 등 인기 배우들의 앙상블 캐스팅으로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다채로운 형태의 장면 전환 기법과 분할 화면, 화면이 사라지는 효과 등 범죄단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보일뿐만 아니라 개연성과 비주얼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작전 실행 전부터 목적을 마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여자들의 상상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처럼 매끄럽게 풀어냈다. ‘오션스 일레븐’(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2002) 이후 역대급 케이퍼무비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