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딜레마. 졸전이었지만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의 활약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57위)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서 열린 볼리비아(59위)와 A매치 평가전서 0-0으로 비겼다.
오는 11일 세네갈전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된다. 볼리비아전이 본선 전에 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이날 한국은 '약체' 볼리비아를 상대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신태용호는 2군에 가까운 볼리바아를 상대로 골은 만들지 못하며 월드컵을 향하는 여정에서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한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해설하기 너무 어려운 경기'라는 탄식을 할 정도로 졸전이었다. 그나마 희소식을 찾는다고 하면 박주호가 왼쪽 풀백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까지 신태용호는 왼쪽 수비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특급전사' 홍철과 김민우(이상 상주 상무)는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 모두 아직 대표팀 경기에 적응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기다 김진수(전북 현대)는 부상으로 월드컵 최종 23인에 오르지 못했다.
앞선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했다. '가상 멕시코' 온두라스 상대로는 포백, '가상 스웨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는 스리백으로 나섰다. 온두라스전은 홍철, 보스니아전은 김민우가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홍철이 오스트리아에서 체력 훈련을 소화하던 도중 허리 근육 통증으로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홍철 대신 박주호를 선발 왼쪽 수비수로 꺼냈다.
박주호의 왼쪽 풀백 기용은 사실 도박수에 가까웠다. 박주호는 이번 시즌 내내 소속팀이나 신태용호에서 중앙 미드필더로만 기용됐다. 오스트리아 전지 훈련에서 그는 왼쪽 풀백으로 훈련도 가졌지만,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당황하지 않을까 우려도 됐다.
하지만 실전에 나선 박주호는 남달랐다. 박주호는 전반 상대의 역습을 읽어내서 손쉽게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몸을 날리는 태클로 상대 공세를 저지하기도 했다. 박주호는 공격에서도 인상적인 크로스와 안정적인 패스로 제 역할을 해냈다.

박주호가 왼쪽 수비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면서 신태용 감독은 그의 활용법에 대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에서 주로 중원에서 기용되던 박주호는 지난 3월 A매치 기성용의 파트너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볼리비아전 기성용과 정우영으로 중원을 꾸렸다. 하지만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며 불합격점을 받았다. 이미 기성용의 파트너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바 있는 박주호도 대표팀 중원 조합의 후보 중 하나이다.
결국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를 왼쪽 수비로 기용할지 중원으로 기용할지에 따라 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월드컵까지 남은 평가전은 세네갈과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최대한 빨리 베스트 라인업을 확정 지어야만 한다. 신태용 감독이 박주호를 중원 혹은 왼쪽 수비 어떠한 포지션에서 기용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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