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저처럼 했을 겁니다.”
이영하는 지난 4월 30일 모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의 모교가 아닌 A고교를 졸업한 B 브로커로부터 첫 볼넷 제의가 나왔다. 구체적인 금액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임에는 분명했다. 이영하는 ‘전화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의사표시를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번호도 차단했다.
대상을 정한 브로커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5월 2일 다시 한 번 다른 번호로 이영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영하는 ‘신고하겠다’는 말을 전하며 다시 한 번 거절하며, 번호를 차단했다.

이영하는 전화 통화 후 곧바로 구단에 신고를 했다.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두산도 내부적으로 사태를 파악한 뒤 이 브로커가 타구단 선수와도 접촉할 수 있다고 판단해 KBO에 알렸다. 두산은 선수단 전수 조사 및 '클린 베이스볼' 재교육을 실시하며 '제 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최근 몇 년 간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런 KBO도 사태의 심각성을 곧바로 인지하고 전 구단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요청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추가 범행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수가를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일단 이영하의 신고는 내부에서 곯아 터지기 전에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 겸 KBO 사무차장도 이영하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전했다.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정말 용기있는 행동을 해줬다. 아마 같은 학교가 아니라고 해도 한 다리 건너면 선·후배로 얽힌 야구판인 만큼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거절을 하고 신고를 해준 만큼 KBO로서는 많이 고맙다”라며 “일단 모든 구단을 상대로 선수 면담을 진행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경찰 쪽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영하의 행동을 칭찬했다. 선수협은 “이번 이영하와 두산 베어스 구단의 승부조작 제안 신고조치는 승부조작에 노출되어있는 KBO 리그에서 선수들도 더 이상 승부조작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승부조작 퇴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승부조작의 유혹은 지금도 어디선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지만 이번 이 선수의 용기 있는 행위와 구단의 단호한 조치가 선수들은 물론 승부조작을 하려는 세력들에게 큰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영하는 “돈보다는 야구로 성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전하며 “내가 아니어도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정작 본인은 “얼떨떨하다”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이영하의 용기 있는 행동은 KBO가 ‘클린 베이스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준 모범 선례로 남게 됐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