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김해숙 "위안부 할머니들께 상처주지 않기 위해 죽을힘 다해 노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6.08 12: 02

 (인터뷰②에 이어) 김해숙은 8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정길은 과거의 아픔을 숨기고 사는 여자다. 또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 사실을 숨기고 살던 여자인데, 그 아들이 엄마를 살리기 위해, 그 숨겨온 과거를 내놓고서라도 아들을 살리기 위한 마음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해숙은 “제 자신을 다 내려놓아야 했다. 철저하게 배정길이 돼야 했다. 조금이라도 인간 김해숙이 들어가면 안 됐다. 그 분이 살아계시지 않기 때문에 그 분의 심정을 이해하며 연기를 해야 했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각자의 사연을 갖고 계신 할머님들이지만, (정길은)여자로서의 아픔 이외에 모든 아픔을 갖고 있는 여자이기 때문에 저는 그녀가 작은 일에 표정 변화나 감정 변화를 느끼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표현했다”라고 캐릭터를 해석한 과정을 설명했다.
할머니들을 법정으로 이끈 사람은 원고단 단장 겸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문정숙(김희애 분) 대표는 평소 지역 여성을 돕는 데 앞장서왔던 인물. 문 사장은 여행사 사무실에 위안부 피해 신고전화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들을 돕는다.

여타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와 달랐던 지점에 대해 김해숙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과거를 중심으로 한 영화는 아니다. 그건 우리가 그동안 여러 작품들을 봐왔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다. 저희는 (위안부 피해할머니)개개인이 그 사건 이후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으로 사셨는지를 담았다. 저는 우리 영화가 그 분들이 아픔을 겪고 나서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려져서 좋았다. 인생을 정리해야할 나이에, 여자로서 최고의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여행사에 피해 신고전화가 설치되지,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던 할머니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하고 16년간 문 대표의 집에서 집안일을 봐주던 배정길(김해숙 분)도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녀의 인생 스토리를 들은 문 대표는 재일 교포 변호사 이상일(김준환 분)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낸다.
이날 김해숙은 중점을 둔 연기적 부분에 대해 "저는 배우이기 때문에, 길고 넓게 생각하지 못했다. 저는 오직 그 분(배정길)만 생각하고 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과 비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그들의 아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집중했다. 배우로서 그 분을 대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 컷, 한 동작 조심했다. 그 분들의 마음에 아픔과 상처를 드리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거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온몸을 다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본인들의 재판 씬(scene)이 끝나고 나면 거의 탈진 상태였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몸과 마음이 아팠다. 저는 세 번째 재판 장면 촬영 이후 쓰러졌다. 중요한 장면이라 배려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배우뿐 아니라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열기가 뜨거웠기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오직 배우들의 감정을 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에 감동했다. 이에 제가 촬영장에 못 나갈 수 없었다. 감독님도 재판 장면을 찍다가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최선을 다하셨다"라고 촬영 당시를 전했다.
여장부 같은 문정숙은 사재를 털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재판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데, 이로 인해 잘 먹고 잘 살았던 그녀가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문 대표가 왜 그렇게까지 할머니들을 돕는지 일부 관객들의 입장에선 공감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혼자 잘 먹고 잘살아왔던 게 부끄러워서'라고 말한 속내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인터뷰④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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