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야구' 번즈의 반등을 이끄는 마음가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6.09 09: 00

'흥부자'에게 '흥'이 없으면 빈껍데기다. 전쟁터라고 빗대는 그라운드에서 앤디 번즈(롯데)의 야구는 즐겨야 하는 것이었다.
앤디 번즈는 롯데의 '계륵'이었다. 올해 지미 파레디스(전 두산)가 외국인 선수 퇴출 1호의 불명예를 안았지만 번즈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만큼 번즈의 초반 부진은 공수에서 심각한 마이너스였다. 번즈의 퇴출 여론도 심심치 않게 나왔던 것도 사실.
구단 역시 대비를 안할 수는 없었다. '윈 나우' 체제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적은 없지만, 구단 내부에서는 '올해는 성적이 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그렇기에 지난해 적응기를 거쳐 올해는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믿었던 번즈의 초반 타격 부진은 간과할 수 없었다. 

실제로 번즈에 대한 고민은 교체라는 결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구단 스카우터 팀이 미국 현지로 출국해 내야 외국인 선수를 물색 중이다.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팅 코치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리스트를 추리고 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괜찮다 싶은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요구하고 있고 이적료가 필요 없는 선수들의 경우, 적응기 등을 고려하면 번즈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미국 현지에 내야수 매물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번즈의 교체라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번즈 역시 자신의 성적과 그에 따른 여론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번즈는 자신의 상황들과 주위를 둘러싼 기류들을 이겨내면서 조금씩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번즈는 지난 8일 사직 KIA전에서 0-1로 뒤진 4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윤석민의 초구 138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을 때려내며 팀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한국 무대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번즈의 만루포는 최근 자신의 타격감을 대변하는 듯한 홈런포였다. 최근 10경기 타율 3할3푼3리(36타수 12안타) 3홈런 10타점 12득점을 기록 중이다. 2할 초반대에 머물렀던 타율 도 지금은 2할5푼까지 올라섰다. 
번즈에 대한 고민은 기본적인 타격감과 더불어 타선에 대한 고민이었다. 번즈는 주로 클린업 트리오와 하위 타선 사이에 위치한다.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득점을 창출해야 했다. 하지만 번즈는 그 역할이 미진했다. 득점권에서 64타석에 들어섰다. 이는 팀 내에서 4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대호(80타석), 신본기(72타석), 손아섭(69타석)이 그의 앞에 있다. 번즈는 팀 내에서 득점권 기회를 많이 받은 축이었지만 득점권 타율은 2할5푼이다. 시즌 타율과 비슷한 수치.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데, 지금 잘 못하고 있지만 자신감있게 타석에 들어가고 지난해에도 초반 타격 건디션과 득점권에서 모두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즌이 길다 앞으로도 고민하면서 고민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번즈의 야구를 대표하는 것은 '흥'이었다. 만원 관중들이 들어찬 야구장에서 번즈는 더욱 힘을 냈고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자신의 야구가 잘 풀릴 경우에는 더욱 흥에 겨워하면서 신나게 야구를 했다. 하지만 부진으로 인해 번즈의 본성 자체가 억제됐다. 즐거움을 잃어가면서 번즈도 더욱 의기소침해져갔다. 
"그동안 나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안타를 못치면 나에게 더욱 스트레스를 주면서 기분이 다운됐다"는 것이 번즈의 말. 결국 번즈는 고민 끝에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고민을 해봤는데, 결론은 내 야구를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즐기면서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번즈가 찾은 결론은 '즐거운 야구를 하자'는 것이다. 번즈에게 있어 야구는 놀이였고 즐거움의 대상이었다. 이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수렁에 빠졌다. 그러나 다시 야구의 즐거움을 찾으면서 지난해 막판 보여준 퍼포먼스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과연 번즈의 시즌은 다시 뒤늦게 시작하는 것일까. 번즈의 즐기는 야구가 자신과 팀을 동시에 상승 곡선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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