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필승맨' 거듭난 이태양, "다시 150km"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6.09 13: 02

"4년 주기로 오나 봐요". 
우완 투수 이태양(28)은 지난 2014년 혜성처럼 한화 마운드에 등장했다. 김응룡 감독의 믿음으로 5월부터 선발 기회를 얻었고, 최고 150km 강속구를 뿌리며 토종 에이스로 도약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발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화 미래 마운드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이태양의 야구 인생은 그 후 부상으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 2015년 4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2016년 3월 빠르게 복귀했지만 140km대 중후반 강속구는 사라졌다. 지난해에도 구속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결국 8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또 한 번 재활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올해도 시작은 좋지 않았다. 선발 경쟁에서 탈락했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1군에 올라와서도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조로 투입됐다. 한 때 선발 에이스로 활약한 이태양에겐 동기부여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내가 (보직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선발도 했었기 때문에 길게 던질 때는 길게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비록 선발투수가 아니지만 이태양은 리그 최강 한화 불펜의 일원으로 활약 중이다. 올해 23경기에서 36⅓이닝을 던지며 2승2홀드 평균자책점 2.97 탈삼진 42개로 활약 중이다. 초반에는 선발이 일찍 무너질 때 롱릴리프를 맡았고, 최근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 자주 출격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14⅔이닝 2실점으로 1승2홀드 평균자책점 1.23. 필승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8일 대전 SK전은 이태양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다. 6-5로 쫓긴 6회 2사 1·3루 위기 상황에 투입된 이태양은 '홈런왕' 최정을 상대로 3연속 직구를 던져 좌익수 뜬공 잡고 동점을 막았다. 1~2구 연속 몸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하이패스트볼로 최정의 배트를 유인했다. 8회에는 정진기와 노수광을 포크볼로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막고 포효했다. 2⅓이닝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홀드. 
이태양은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볼이 조금 좋아지다 보니 송진우 코치님도 '낮게만 던지면 타자가 못 칠 것'이라고 말씀 하신다"며 최정을 상대로도 3연속 직구로 정면승부한 것에 대해 "포수 (최)재훈이형 리드대로 던졌다. 재훈이형도 내 직구가 승산이 있다고 봐서 정면승부를 요구했을 것이다. 나 역시 자신이 있었기에 믿고 승부했다"고 말했다.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찍힐 만큼 많이 올라왔다.지난  2014년 이후 4년만의 150km 구속도 가능한 페이스. 이태양은 "150km가 4년 주기로 오나 보다"며 웃은 뒤 "확실히 몸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 그동안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올해도 1월부터 쉬지 않고 재활하며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좋아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올해로 결혼 2년차를 맞은 이태양은 "결혼하고 나서 첫 해 잘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옆에서 잘 챙겨주는 아내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다. 아내 덕분에 힘이 난다"며 "선발승을 지키는 불펜만의 매력이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