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력이라면 APBC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선동렬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마친 뒤 "선수들의 의욕,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가능한 지금 선수들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예비 엔트리 발표 때도 선동렬 감독은 "엔트리 선발 당시 실력이 우선"이라면서도 "같은 실력이라면 APBC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고 밝혔다. 대표팀 세대교체, 리빌딩을 위해서라면 만 24세 또는 프로 3년차 이하였던 APBC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중심이 돼야 했다.

그러나 11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24명 중 APBC 선수는 4명뿐이었다. 투수 임기영(25·KIA) 함덕주(23·두산) 내야수 박민우(25·NC) 김하성(23·넥센) 등이 APBC에 이어 아시안게임에도 부름을 받았다. APBC 대표팀 25명 중 4명으로 대표팀 생존율은 예상보다 크게 밑돈 16%에 그치고 말았다.
친선경기 성격이 강한 APBC와 달리 아시안게임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하는 중압감이 큰 국제대회다.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APBC 선수들을 많이 데려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BC 참가자들 중 아쉬운 탈락자들이 꽤 나왔다.
APBC 대표팀 막내였던 이정후(넥센)는 아시안게임 외야 5인에 들지 못했다. 올 시즌 52경기 타율 3할2푼1리 69안타 4홈런 21타점 OPS .829로 활약했지만, 오른손 외야가 필요한 대표팀 사정에 의해 박건우(두산)에 밀렸다. 외야 백업으로는 대수비·대주자로 활용도가 높은 박해민(삼성)이 있었다.
APBC 결승 일본전 선발로 나선 우완 박세웅(롯데)은 시즌 전부터 팔꿈치 염증 때문에 개점휴업하다 지난 9일 시즌 첫 1군 등판을 가졌다. 예선 일본전 선발로 호투한 장현식(NC)도 팔꿈치 통증으로 지난달 말에야 뒤늦게 1군 합류했다. 선발감으로 기대가 컸던 두 선수는 부상으로 아시안게임이 불발됐다.
APBC 필승조로 활약한 박진형(롯데)과 장필준(삼성)도 부상과 부진이 반복돼 아시안게임에는 가지 못한다. 외야를 구성했던 구자욱(삼성) 김성욱(NC) 안익훈(LG)도 대표팀에 나설 성적은 아니었다. 내야수 하주석(한화) 정현(KT) 최원준(KIA)도 전 시즌에 비해 성적이 크게 떨어지며 아시안게임은 꿈도 못 꿨다.
같은 실력이라면 APBC 선수들을 데려가려했던 선동렬 감독이었지만 집단 부상과 부진으로 약속을 지키기 어려웠다. APBC에 나가지 않았지만 올 시즌 급성장한 젊은 피 최충연(삼성) 박치국(두산)이 깜짝 발탁됐다. 야구에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이유다. /waw@osen.co.kr
[사진] 임기영-함덕주-박민우-김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