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으로 희망을 되새겼다.
롯데는 지난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14-6으로 대승을 거뒀다.
일단 롯데는 지난 14일 사직 삼성전 6점 차 대역전패의 불길했던 기운을 씻어냈다. 여파가 길게 미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만큼 충격은 컸다. 그러나 이튿날 완벽한 대승으로 그 여파를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대승보다 롯데에 더 필요했던 모습이 이날 경기에서 나왔던 것이 고무적이었다. 상황마다 혼을 실었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투혼들이 보여줬기 때문. 마운드에서는 송승준이, 그리고 야수진에서는 신본기가 그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인 선수다.
송승준은 선발 박세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3-3 동점이 된 5회말 무사 만루의 상황을 이어받았다. 전날(14일) 경기에서 2이닝 동안 32개의 공을 던졌던 송승준이었다. 더군다나 선발에서 불펜에서 전환했기에 연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송승준은 연투에도 거리낌이 없었고 위기 상황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무사 만루에서 첫 타자 박정권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송승준은 이후 이재원에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다. 하지만 만루 상황에서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교환하면서 위기가 증폭돼 최대 실점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했다. 결국 2사 1,2루를 만든 송승준은 이후 김성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무사 만루 상황을 1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송승준은 6회와 7회, 그리고 8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면서 역투를 펼쳤다. 장시환, 구승민 등 연투와 투구수면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버거웠던 기존 불펜 투수진을 아끼면서 송승준은 자신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렇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은 아니었고 4이닝을 38개의 공만으로 틀어막았다. 5회부터 8회 1사까지 10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한 뒤 최항에 솔로포를 얻어맞았지만 이미 타선의 대량 득점으로 점수 차가 벌어진 뒤였다.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송승준은 연투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이틀 동안 6이닝, 70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펼쳤다. '철완'의 송승준이라도 쉽게 해낼 수 없었던 일을 해냈다. 송승준의 투혼 덕분에 롯데는 불펜진을 최대한 아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했다. 경기가 끝나고 송승준은 "무엇보다 긴 이닝 소화해 다른 불펜 투수들이 쉴 수 있었고 팀도 이겨 기쁘다. 어제 오늘 연투를 했지만 문제 없다"는 말로 자신의 이날 역할에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송승준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야수진에서는 신본기가 투혼을 보였다. 6회말 1사 후 김강민의 타구가 3루측 파울 지역으로 향했다. 타구는 담장 너머로 향했다. 하지만 이때 신본기는 몸을 날려서 파울이 될 타구를 걷어냈다. 3루 사진기자석의 테이블에 가슴이 부딪히며 큰 소리가 났지만, 몸이 경기장 밖으로 넘어가면서도 타구를 잡고 놓치지 않았다. 결국 6회말을 삼자범퇴로 넘긴 롯데는 7회초 대거 6득점 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신본기는 "아직 가슴이 아프다. 어디 부러진 것 같다"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신본기의 정신력을 알 수 있던 장면이기도 했다.
사실 투혼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계량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투혼으로 만든 플레이들이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절박함이 어떤지를 가늠할 수는 있다. 롯데는 그렇게 대역전패의 여파를 최소화시켰고, 선수들은 투혼으로, 아직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스스로 되새기고 있었다. 최근 부침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롯데에 어쩌면 가장 필요했던 장면들을 송승준과 신본기가 보여준 것이 아닐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