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강필주 기자] 늪과 철퇴. 이란이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이란(FIFA 랭킹 37위)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 모로코(랭킹 41위)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상대 자책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란, 모로코는 조별리그 B조에서 '양강'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16강을 다툰다. 스페인-포르투갈이 확실한 전력 우위를 자랑하며 16강 진출이 유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 이이변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잡는 것이 필수인 단두대 매치에서 웃은 것은 이란이었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4-1-4-1을 선택했다. 최전방의 아즈문을 중심으로 2선에 아미리-쇼자에이-안사리파드-자한바크시가 배치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에마리히미. 포백은 사피-푸릴리간지-체시미-레자에이안가 형성했다. 선발 골키퍼는 베이란반드.
북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 역시 4-1-4-1로 경기에 나섰다. 아프리카 축구의 맹장 에르베 레나르 감독은 최전방에 카비, 2선에는 하릿-벨한다-부소우파-지에흐를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아마디가 조율에 나섰다. 포백은 하키미-사이스-베나티아-암라바트가 나섰다. 선발 골키퍼는 무니르.

전반 초반 모로코가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치고 올라가며 기세를 보였다. 전반 2분 하릿이 과감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공세를 이어간 모로코는 연달아 코너킥을 얻으며 기세를 살렸다. 이란은 라인을 내리고 버티기에 나섰다.
기세를 탄 모로코는 벨한다와 카비가 연달아 슈팅을 날렸으나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전반 10분 이란의 쇼자에이가 모로코의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거친 파울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 전반 18분 모로코는 이란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다. 베나티아-벨한다가 연달아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살짝 빗나갔다.
이후 모로코의 코너킥과 스로인 공격이 이어졌지만 이란 수비수들은 몸을 날려 버텼다. 상대 맹공을 버티자 이란에도 기회가 왔다. 이란은 전반 19분 모로코의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에 나섰다. 이란 공격수가 모로코의 수비수보다 많은 상황. 하지만 모로코 수비수가 재빨리 걷어내며 무산됐다.
서서히 이란 쪽으로 흐름이 넘어왔다. 라인을 올리며 공세를 강화했다. 모로코도 무리하지 않고 라인을 내리고 이란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양 팀은 팽팽하게 중원에서 맞서며 공격을 주고 받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란의 '늪축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란은 전방 압박을 포기하고 라인을 내리고 체력을 아낌과 동시에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란은 전반 42분 에브라히미가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날카로운 전방 패스를 찔렀다. 아즈문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마무리에 실패했다.
이란이 전반이 끝날 때까지 공격을 퍼부었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전반은 그대로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다시 모로코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모로코는 집요하게 이란의 측면을 공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란만의 늪축구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한 몸 처럼 상대 공격을 방해하며 버텼다. 다시 경기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모로코가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이란의 수비 조직력을 무너트릴 한 방을 만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이란은 텐백에 가까운 두줄 수비를 사용하며 기회를 엿봤다. 수비적으로 나섰지만 승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은 후반 23분 지친 쇼자에이 대신 타레미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모로코는 후반 28분 노르딕 암라바트가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가 있었다. 치료 이후로도 경기장으로 복귀하지 못하자 결국 노르딕의 동생인 소피안 암라바트가 경기에 나섰다. 연이어 엘 카비 대신 부하두즈투가 투입됐다.
후반 37분 모로코는 하릿 대신 다 코스타를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이란은 결국 공격을 포기하고 전원 수비에 나섰다. 최전방 공격수 아즈문도 올라오지 않으며 수비에 치중했다.
추가 시간이 6분이 주어졌다. 추가 시간 4분 이란은 역습에 나서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프리킥은 모로코의 부하두즈투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경기는 그대로 이란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란은 20년 만의 월드컵 두 번째 승리가 확정되자 이란 선수는 모두 경기장에 쓰러져 환호했다. 승리한 이란은 21일 오전 3시 스페인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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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