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시아 최강' 이란(FIFA랭킹 37위)이 해냈다.
이란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 모로코(FIFA랭킹 41위)와의 경기에서 추가시간 터진 자책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와 한 조에 포함된 이란은 승점 3점을 따내며 상쾌하게 월드컵을 시작하게 됐다. 이번 대회 이변을 꿈꾸고 있는 이란은 반드시 모로코를 꺾어야 했다. 스페인, 포르투갈과 힘겨운 사투를 남겨두고 있었던 만큼 16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승리였다.

이날 이란의 승리는 아시아 국가의 성적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귀중했다. 전날 대회 개막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개최국 러시아에 0-5 참패를 당한 다음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란이 이기면서 아시아팀은 최근 월드컵 17경기만에 승리를 신고, 1승4무12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란은 이달 호주(FIFA랭킹 36위)에 추격을 허용하기 전까지 오랜기간 아시아 맹주로 군림했다. 그런 이란이 FIFA랭킹에서 아래인 모로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커질 뻔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는 2026년 대회부터 출전팀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국가의 계속된 부진은 월드컵에서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가장 최근 거둔 승리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다. 당시 일본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덴마크를 3-1로 꺾고 16강에 올랐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무려 8년 전이다. 한국도 그리스를 상대로 첫 원정 승리를 따내 16강에 합류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는 4개국(한국, 일본, 이란, 호주)이 참가해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호주는 3전전패를 기록했고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3팀은 모두 1무 2패를 기록했다. 결과 뿐 아니라 경기력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에는 이란을 비롯해 사우디 아라비아, 한국, 일본, 호주 5개 국가가 아시아를 대표해 나왔다. 이날 이란이 승리를 따내면서 이제 한국, 일본, 호주가 짊어질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오히려 아시아국가의 반란에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더욱 다행인 것은 이란의 경기력이었다. 이란은 경기 초반 모로코의 파상공세에 당황했다. 이렇다할 반격을 취하지 못한 채 계속 위기를 맞이했다. 전반 8분과 11분 슈팅을 허용했나 하면 18분에는 문전혼전 중에 육탄방어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란은 전반 20분이 넘어가면서 안정을 찾았다. 모로코 수비진의 작은 실수를 빌미로 문전까지 쇄도, 흐름의 균형을 맞췄다. 이란은 이후 개인기를 앞세운 과감한 공격으로 분위기를 뒤바꿨다.
조금씩 아시아 최강팀다운 면모를 찾아가던 이란은 후반 42분 사르다르 아즈문이 모로코 골키퍼 엘 카주이와 일 대 일로 맞서며 절호의 기회를 맞기도 했다. 후반에도 적극적인 공세로 모로코를 위협,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마지막 모로코의 자책골이 이란에 승리를 안겨줬다. /letmeout@osen.co.kr
[사진]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