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철퇴..이란이 보여준 WC 생존법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6.16 06: 32

이란이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결국 상대적 약체인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비'와 '역습'이 키워드라는 점을 증명했다.
이란(FIFA 랭킹 37위)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 모로코(랭킹 41위)와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상대 자책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란, 모로코는 조별리그 B조에서 '양강'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16강을 다툰다. 스페인-포르투갈이 확실한 전력 우위를 자랑하며 16강 진출이 유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 이이변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잡는 것이 필수인 단두대 매치에서 웃은 것은 이란이었다.

경기 전 '수비'의 이란과 '공격'의 모로코의 대결이 예상됐다. 시작과 동시에 모로코는 이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맹공에 이란은 전혀 반격하짐 못하고 계속 위기를 맞이했다. 전반 8분과 11분 골이나 다름 없는 슈팅을 허용한데 이어 18분에는 연이은 상대 슈팅에 몸을 던져야만 했다.
하지만 이란은 전반 20분이 넘어가면서 안정을 찾았다. 모로코 수비진의 작은 실수를 빌미로 문전까지 쇄도, 흐름의 균형을 맞췄다. 이란은 이후 개인기를 앞세운 과감한 공격으로 분위기를 뒤바꿨다. 결국 안정적인 수비로 실점 하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
이란은 자신들만의 경기 스타일인 선수비 후역습을 이어갔다. 흐름이 돌아오고도 무리한 공격을 이어가기 보다는 침착하게 라인을 유지하며 상대 빈틈을 엿봤다. 이란의 '늪 축구'에 모로코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모로코는 교체 카드를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후반도 경기 주도권 자체는 모로코에게 있었다. 하지만 이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신들의 축구를 이어갔다. 모든 선수가 수비에 나서며 상대 공격을 저지했다. 필요할 때는 바로 텐백으로 두줄 수비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란의 에이스 아즈문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이날 이란의 모든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명 '늪 축구'라 불리는 수비 축구 덕에 승리의 여신은 이란에게로 갔다. 후반 추가 시간 이란은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자책골로 인해 값진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 취재진의 박수를 한 몸에 받은 케이로스 감독은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아름답고 훌륭한 경기 내용이었다. 상대의 초반 공세를 예상했다. 전반 중반 이후 우리 흐름으로 경기를 되돌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란은 단단한 늪 수비를 바탕으로 한 철퇴 한 방 덕에 WC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란의 승리로 인해 아시아 축구는 간만에 웃을 수 있었다. 이란이 승리하기 전까지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가장 최근 거둔 승리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였다. 
2014년 전 브라질 대회에는 4개국(한국, 일본, 이란, 호주)이 참가해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호주는 3전 전패를 기록했고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3팀은 모두 1무 2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개막전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에 0-5로 대패한 것까지 아시아 국가는 월드컵 16경기 무승(4무 12패)에 허덕였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력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4년 만에 이란은 아시아 축구가 월드컵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법을 선보였다. 과연 이란이 보여준 경기력을 따라 아시아 국가들이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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