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뽑히는 다비드 데 헤아(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 레알 마드리드)를 막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스페인 대표팀의 수문장인 데 헤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B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아찔한 상황을 겪은 끝에 결국은 웃지 못했다. 1-1로 맞선 전반 44분이었는데, 호날두의 득점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역습 상황이었다. 측면에서 한 번에 올라온 공이 중앙의 게데스에게 연결됐다. 허겁지겁 전열을 정비한 스페인 수비수들의 시선이 게데스에게 몰려 있는 사이, 게데스가 오프사이드를 피해 왼쪽으로 슬며시 빠져 나온 호날두에게 공을 연결했다. 여기서 호날두가 왼발 슈팅을 시도해 데 헤아를 위협했다.

여기서 데 헤아가 막을 수 있는 공을 놓쳤다. 호날두의 슈팅이 예상보다 빠르고 낮기는 했지만, 데 헤아의 오른손이 궤적에 있었다. 하지만 데 헤아는 이를 강하게 쳐내거나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데 헤아의 손을 맞은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급박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데 헤아의 기본적인 기량을 생각하면 막을 수도 있는, 어쩌면 당연히 막아야 할 공이었다. 데 헤아가 고개를 숙인 것은 당연했다. 만약 경기가 이대로 스페인의 패배로 끝났다면 데 헤아의 커리어에 평생 따라다닐 흑역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대회 첫 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데 헤아의 이번 월드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실수였다.
동료들이 힘을 내며 데 헤아의 실수를 지우는 듯 했다. 동점골의 주인공인 디에고 코스타가 후반 11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TV 카메라는 데 헤아를 잡았다. 부담을 털어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어 3분 뒤 첫 번째 페널티킥 실점의 단초를 제공한 나초가 그림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호날두였다. 후반 43분 프리킥 찬스를 얻은 호날두는 데 헤아의 왼쪽 골문 구석을 찌르는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데 헤아가 반응하기 어려운, 반응했다 하더라도 막아내기 어려운 궤적이었다. 데 헤아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가 끝난 뒤의 밤은 호날두 생각으로 가득찰 만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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