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성공률 4%’ 해트트릭 호날두, 호난사 오명은 옛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6.16 10: 00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는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마니아층이 아니라면 아직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팬들도 있었지만, 이미 전 유럽이 주목하는 신성 단계는 넘어서고 있던 순간이었다.
신분과 대접은 나날이 단계를 업그레이드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이미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상황이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와 최고 대결을 양분하는 선수로 더 발전했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치도 올라가 있었고, 그 기대치에 비하면 저조한 월드컵 성적을 남긴 것은 분명했다. 호날두는 세 번의 참가에서 각각 1골, 총 3골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슈팅 대비 득점은 역대 최악급이었다. 호날두는 2006년 26개의 슈팅에서 1득점, 2010년 22개의 슈팅에서 1득점, 2014년에도 22개의 슈팅을 기록했으나 역시 1득점에 머물렀다. 세 번의 참가에서 호날두의 슈팅 대비 득점 성공률은 단 4.3%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얼마나 초라한지는 다른 선수들의 기록과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BBC에 따르면 전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게리 리네커는 27개의 슈팅에서 통산 10골(37%)을 기록했다. 현역 선수로는 호날두보다 좀 더 늦게 등장한 토마스 뮐러(독일)가 최고였다. 골 냄새를 기가 막히게 감지하는 뮐러는 단 29번의 슈팅에서 10골(35%)을 잡아냈다.
그 외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25%), 게르트 뮐러(독일·25%), 위르겐 클린스만(독일·21%), 호나우두(브라질·20%) 등 월드컵을 빛낸 스트라이커들의 수치는 매우 높았다.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활약이 클럽 대비 못했던 리오넬 메시 또한 9%로 호날두보다는 나았다.
슈팅을 많이 날린다는 것은 호날두의 성향과 연관도 있지만, 그만큼 많은 슈팅 기회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적인 능력이 출중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들어가지 않자 오히려 호날두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능력은 인정하지만, 동료들을 충분하게 이용하지 않고 지나치게 슈팅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2010년과 2014년 ‘호난사’라는 비아냥은 분명 수치만 놓고 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2018년 한층 성숙한 선수로 물이 올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영웅적인 활약으로 승점 1점을 홀로 따냈다. 전반 4분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내 성공시켰고, 전반 막판에는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2-3으로 뒤진 후반 정규시간 막판에는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스페인의 승점 독식을 저지했다.
이날 호날두는 4번의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평소보다는 적은 수치였다. 하지만 페널티킥을 포함해 세 차례의 슈팅이 상대 골망을 가르는 등 높은 순도를 선보였다. 스페인의 수비망에 다른 선수들이 고전하며 호날두도 덩달아 고립됐으나 한 방으로 해결사의 능력을 과시했다.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호날두의 득점 본능은 이전의 오명까지 지워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