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사직 삼성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민병헌(롯데)은 성적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고액 연봉 선수로서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는 "아픈 건 아닌데 야구를 못하니 문제"라며 "잘 맞던 방망이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타격 훈련을 이미 마쳤지만 한 번 더 치겠다고 말할 만큼 부진 탈출을 위한 의지는 강했다.
선수 개개인마다 슬럼프 탈출을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 민병헌은 오로지 야구에 대한 생각 뿐이다. 그는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로지 야구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타격 동영상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좋았을 때 모습과 하나 하나 비교한다. 그리고 해답을 찾게 되면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죽도록 연습한다. 투수와 상대할 때 최상의 스윙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병헌에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게 어떠냐'고 하자 "나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대호형과 (손)아섭이처럼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게 아니다. 재능보다 노력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땀의 진실은 통했다. 민병헌의 방망이는 문학 SK 3연전 들어 제대로 터졌다. 16일 결승 솔로 아치를 쏘아 올리는 등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1홈런 1타점 5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롯데는 SK 3연전을 쓸어 담으며 7위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며 선수단에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했다. 부상 재발에 대한 우려도 클 법 한데도 그럴수록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게 민병헌의 의지.
"다쳤다고 소심하게 플레이를 할 수는 없다. 팀이 지금 뒤처진 상황이긴 하다. 그렇기에 경기장에서 내가 힘을 쏟아부어서 선수단 전체에 힘을 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고액 연봉 선수들의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민병헌의 야구 열정은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