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선수 중 가장 착해".
LG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난 1998년부터 선수-코치-감독으로 오랜 기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1년을 빼고 계속 현장에 있었던 류중일 감독 입에서 "지금껏 본 외인 선수 중에서도 가장 착하다"는 선수가 나왔다. LG 투수 타일러 윌슨(29)이 그 주인공이다.
류중일 감독은 "윌슨의 인성은 최고다. 저렇게 착한 외인 선수가 없다"며 "(지난 15일 잠실 KIA전에) 잘 던지고도 블론세이브로 자기 승리가 날아갔다. 마음이 상했을 법도 한데 (9회말) 끝내기로 팀이 승리하니 가장 먼저 뛰어 나가 기뻐하더라. 저런 외인 선수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고 칭찬했다.

외인 선수도 팀의 일원이지만, 국내 선수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타국에서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 기록에 따라 옵션이 걸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류중일 감독도 "외인 선수는 보통 돈을 벌기 위해 온다. 승수 옵션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윌슨은 개인보다 팀을 먼저 한다"고 고마워했다.
그 이유로 류중일 감독은 "윌슨의 아버지가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들었다. 아버지에게 야구를 잘 배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윌슨의 아버지 필립 윌슨(57)은 지난 1979~198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3시즌을 몸담은 투수 출신이다. 메이저리그는 뛰지 못했지만 윌슨과 같은 우완 투수 출신이다.
실제 윌슨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절이었던 지난 2016년 6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도 투수였고, 오랜 기간 나의 투수코치였다. 항상 내가 열정을 갖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지지해줬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을 떠나 한국에서도 팀을 먼저 앞세운 자세로 칭찬받고 있다.
아무리 인성이 좋아도 외인 선수가 야구를 못하면 아무 의미 없다. 윌슨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91이닝을 던지며 5승3패 평균자책점 2.87 탈삼진 87개. 시즌 전만 해도 일본으로 떠난 데이비드 허프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허프를 잊은 지 오래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아 5승에 그치고 있는 게 아쉽다.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2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했지만, 그 중 3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불펜이 날린 승리도 4번이나 될 만큼 불운에 시달렸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윌슨이 더 많은 사랑받는 이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