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에서 은퇴를 한 김성배(37)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지난 2003년 두산에 입단한 김성배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활약하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팀을 옮겼다. 롯데에서도 불펜 투수로 쏠쏠한 역할을 한 그는 2013년에는 그는 2승 4패 31세이브 4홀드를 기록하며 세이브 3위에 오르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다시 트레이드로 ‘친정’ 두산으로 온 김성배는 2017년 45경기에 나와 2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32로 전천후 불펜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16년 간 입었던 프로 유니폼을 벗은 김성배는 19일 서울 삼성동에 야구 아카데미를 개장했다.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한 90%의 선수를 위해서 살고 싶다”는 뜻을 좀 더 구체화한 ‘레벨업베이스볼(LBS)’이다.

180평이라는 큰 규모의 이곳은 일반적인 사회인야구 시설과는 다소 다른 점이 눈에 띈다. 통상 사회인 야구을 위한 레슨장이라면 마운드 시설에 배팅 시설 정도만이 있기 마련이다. 이곳 역시 실제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 거리가 나오는 불펜 시설 두 곳. 티 배팅 및 배팅 머신 시설이 마련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웨이트 시설. 런닝 머신을 비롯해 무게별 덤벨과 웨이트 기구가 마련돼 있다. 김성배는 “많은 사람들이 던지고, 치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적으로 몸을 만들고, 또 운동 후에 몸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곧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합류해 야구를 위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레벨업베이스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시설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구속을 잴 수 있는 자동 스피드건 장치와 함께 ‘플라이트 스코프’라는 기계가 도입돼 있다. 플라이트스코프는 골프에서 많이 사용하는 장치로 비거리, 공의 스핀 등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이곳에 설치된 플라이트 스코프에는 구속, 회전수, 회전 방향 등 피칭의 모든 시설이 제공된다. 또한 영상 녹화를 통해 느린 영상으로 정확한 피칭 자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 장치를 사용해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진 선수가 있을 경우 이 장치를 통해서 어느 포인트에서 잘못됐는지를 찾는데 활용하고 있다.
고가의 이 장비가 레슨장에 설치된 이유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피칭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김성배는 “가격적인 부담은 있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단순히 지적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데이터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교육 받는 사람도 빠르게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김성배가 생각하는 교육 대상은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 모두다. 특히 프로에 지명 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야구에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환영이라는 것이 김성배의 말이다. 김성배는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부분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좋은 뜻에 동참한 사람도 생겼다. 포수 허도환(SK)의 형이자 두산 베어스 선수 출신 허태양 씨와 플라이트 스코프 분석가 조용석 씨가 함께 했다. 이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뜻이 좋아서 동참하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성배는 “이번에 시작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하면서 “많은 야구 꿈나무 후배들이 좌절하지 않고 함께 해서 새로운 길을 여는데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새출발 각오를 이야기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레벨업베이스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