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떠났다’의 채시라와 조보아가 진짜 모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학교에 임신 사실이 퍼져 곤혹스러워 하는 정효(조보아 분)를 위해 그의 친구들 앞에 나서는 서영희(채시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효는 자신의 임신 사실이 학교에 퍼졌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의 임신을 알고 있는 친구 이아인(오하늬 분)이 또 다른 친구들에게 말했고, 이 친구들이 사람들에게 이를 퍼뜨리면서 결국 정효는 학교를 도망치듯 나와야 했던 것.

서영희는 이를 듣고 정효의 친구들 앞에 나서기로 했다. 서영희는 집안의 천을 걷어치우고, 거울을 마주하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혈색 하나 없던 서영희는 정효를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고 정효와 함께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그는 친구들에게 “내 소개가 늦었지. 나 민수(이준영 분) 엄마야”라고 말해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다.
정효의 친구들은 앞 다퉈 정효를 위해서라면 그가 임신중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희는 이에 수긍을 하면서도 “하지만 과연 정효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만든 건 누굴까?”라고 되물었다. 친구의 비밀 하나 지키지 못한 이아인과 그 친구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말이 너무 지나치다”는 정효의 친구들의 항의에도 서영희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는 “가십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들”이라며 그들을 비난하며 “만약 너희가 임신을 했고, 그걸 친구가 떠벌려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만들었으면 어떨 것 같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희는 정효의 친구들에게 “충고조차 할 자격 없다”고 일갈하며 정효를 두둔했다.

서영희는 그 순간만큼은 한민수의 엄마가 아닌 정효의 엄마였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정효를 위해 자신이 앞장을 섰고, 정효의 떨리는 손을 붙잡아 준 것도 서영희였다. 하지만 서영희는 정의로운 엄마만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는 정효에게 “모두가 똑같아지는 삶이 되는 것”이라며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엄마의 삶이 고달프다는 걸 알려주기도 했다.
아들 한민수와 틀어진 계기를 설명하는 서영희의 모습도 그 일부분이었다. 서영희는 한민수를 떠올리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며 “‘엄마’란 남편의 직장 내 위치가 자신의 위치가 되고, 아들의 상장이 자신의 상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영희는 가족에게 직업이나 상장이 아닌, 정서적 위로를 기대했지만 그 어떤 것도 주지 못한 남편과 아들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음을 암시했다.
이런 서영희를 보며 정효 또한 엄마라는 존재의 고달픔, 그리고 엄마가 해야 하는 일들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서영희의 외로움을 보며 엄마라는 위치가 겪게 될 한없는 외로움을, 그리고 자신의 손을 잡아준 서영희를 통해 자식의 ‘방패’가 되어주는 게 엄마가 할 일임을 알게 된 정효. 그렇게 서영희와 정효는 서로를 통해 진짜 ‘엄마’가 되어가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이별이 떠났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