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니아'가 점점 '병맛'을 더하며 예능 실험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실험적 재미가 높아질수록 편성에 대한 아쉬움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에서는 10인의 멤버들이 만나 생존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드디어 만난 10인은 갑자기 나타난 공룡 때문에 혼비백산했고, 이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며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판단 아래, 유노윤호와 돈스파이크를 대장으로 삼고 각자 분담을 해 생존을 위해 함께 힘을 합하기로 했다.

이들은 현실 시간 보다 두니아 속 시간이 느리다는 사실을 알았다. 워프된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들이 속한 현실에서는 '실종 60일째'라는 걸 알게 된 것. 특히 루다는 우주소녀가 자신을 빼고 컴백했다는걸 알고 더욱 충격을 받게 됐다. 시간차를 인식한 멤버들은 "여기를 빨리 탈출하자"며 더욱 생존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 러브라인도 시작됐다. 오스틴강이 정혜성과 로맨스를 그리기 시작한 것. 마지막 순간에는 오스틴강이 정혜성과 한슬을 두고 고민하는 장면이 문자투표로 부쳐졌고, 시청자의 투표로 오스틴강이 정혜성에게 말을 걸면서 이 선택이 나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고됐다.
'두니아'는 예능과 게임을 접목 시킨 시트콤 형식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처음 본 시청자들은 "이게 시트콤이냐 예능이냐"며 종잡을 수 없다고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상한 중독성을 보이는 실험 예능이다. 이들이 도대체 왜 두니아에서 이러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이 예능과 다큐를 넘나드는 '두니아'가 어떤 결말을 가져오려고 이토록 근본 없는 전개를 펼치는지도 궁금해져 그만 '두니아'를 보게 되는 것이다.
분명 '두니아'는 실험의 정점에 서있다. 게임 세계관을 예능의 배경으로 설정했고, 보통 예능에서는 보기 힘들게 출연자들은 연기와 실제를 오간다. 문자투표와 같은 설정이 존재하고, 그 설정 아래에 출연자들은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기도 한다. 게임에나 쓸 법한 각종 온라인 언어들이 자막으로 등장하고, 출연자들의 연기와 리얼을 화면분할로 구분해 마치 게임의 배경 설명과 플레이 화면을 나눈 것 같은 전개 방식을 보인다.
모든 면에서 '두니아'는 낯설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낯선 면이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흥미 그 자체다. 특히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두니아'가 핫한 화젯거리다. 게임 마니아들은 벌써 '두니아' 다음 시즌으로 어떤 게임이 적합한지 이야기하는 중일 정도다. 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작품 중 하나다. 방송 프로그램이 하나의 예능이자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터라 그 관심은 어느 때보다 더욱 크다.

그럼에도 '두니아'는 여전히 낮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2~3%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가장 아쉬운 건 '두니아'의 방영 시간이다. 일요일 저녁 가족들이 모두 앉아 함께 시청하는 오후 6시 예능 시간대에 '두니아'가 방송하는 것은 시청층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편성이다. '두니아'라는 예능이 더 전투적인 실험을 하도록 했다면 적어도 토요일 오후 11시대, 혹은 금요일 늦은 오후 시간대에 편성을 했어야 시청층이 맞는다.
특히 '두니아'를 연출하는 박진경 PD는 마니아층이 있는 연출가다. 그런 박진경 PD가 게임을 배경으로 예능을 출시한다면, 아무리 늦은 시간대라도 따라 붙을 시청층이 존재했을 것이다. 차라리 마음 편히 마당을 펼쳐주고, '두니아'가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면 시청률 스트레스를 벗어나 더욱 혁신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두니아'가 더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시간대로 편성 이동한다면 어떨까. '두니아'는 높은 시청률을 거두기 위해 시작한 예능이 아니다. 예능이 어디까지 실험을 할 수 있나, 그 끝을 보기 위해 시작한 예능 아닌가. '두니아'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시청자들 또한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두니아'가 눈치 보지 않고 더 '병맛'의 재미를 살리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yjh0304@osen.co.kr
[사진] '두니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