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히혼의 수치'. 프랑스와 덴마크가 16강을 지켰으나 대신 명예는 잃었다.
프랑스와 덴마크는 26일(한국시간) 밤 11시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아무것도 하지않고 비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편 C조는 프랑스가 승점 7점(2승 1무)로 1위를 확정지었으며, 덴마크도 승점 5점(1승 2무)로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됐다. 페루가 막판 호주와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며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리며 조 3위(승점 3점, 1승 2패)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호주는 승점 1점(1무 2패)로 월드컵 무대에서 쓴 맛을 맛봤다.

비기기만 해도 조 1위와 16강 진출을 얻는 두 팀은 수비적이고 지리한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후반에 들어와서는 덴마크 선수들이 볼을 돌리자, 프랑스 선수들이 지켜보는 모습도 나왔다. 두 팀 선수들 한 발 더 뛰고 보다는 무의미한 백패스를 일삼았다.
프랑스와 덴마크의 추태에 화난 경기장을 가득 채운 7만여명의 팬들은 후반 막바지에 들어와서는 야유만 보냈다. 백패스를 하거나 선수가 쓰러지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며 제대로 경기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BBC'는 "누구도 경기장에서 야유만 가득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가 프랑스-덴마크전을 경기장서 관람한 팬들을 욕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BBC의 축구 전문가 댄 워커는 "덴마크-프랑스전은 충격적인 게임이다. 페루가 그들을 혼나게 해줬으면 좋겠지만, 너무 늦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축구 해설자 디온 더블린 역시 "나는 이번 월드컵 역대 최악의 경기라고 생각한다. 두 팀은 월드컵 분위기를 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덴마크 골키퍼 슈마이켈이 경기 내내 허리를 굽힌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BC는 "프랑스는 페루전 승리 이후 한 걸음 발전한 것 처럼 보였으나, 덴마크전으로 이보 후퇴했다. 이날 경기를 본 관중이라면 프랑스 선수들의 태도에 대해서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최악이었다. 특히 뎀벨레. 르마. 시디베가 경기장서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덴마크전을 1982년 스페인 월드컵서 나온 '히혼의 수치'에 비교하기도 했다. 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는 노골적으로 비기기 위해 공을 돌리며 많은 비판을 샀다. 결국 알제리가 두 팀의 고의적인 무승부에 말려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하며 큰 비판을 샀다.
게리 네빌은 프랑스-덴마크와 경기가 열리기 전 '이 경기를 보기 위해서 쉰다. 멋진 경기를 예상한다' SNS를 올렸으나 경기를 보고 나서는 '아...'라는 외마디 비명으로 경기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프랑스와 덴마크는 16강에 진출하기는 했으나 이 경기를 본 관중과 해설가 뿐만 아니라 두 팀 모두 명예를 잃은 패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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