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삼성과 홈경기를 앞두고 전국적인 장맛비로 궂은 날씨에 몇몇 한화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 8일 대전 SK전부터 21일 청주 LG전까지 이어온 구단 역대 최근 9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 기록이 멈추는 것뿐만 아니라 평균 1만명 관중이 깨질 것 같아 울상을 지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렸지만 한화 야구를 보러오기 위한 관중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비록 만원관중은 아니었지만 총 7344명의 관중들이 입장했다. 비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 최근 5연승으로 2위 자리를 공고히 한 한화를 향한 팬들의 열기, 성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 놀라운 건 경기가 시작된 이후 모습. 한화는 3회에만 대거 5실점하며 5회초까지 0-7로 뒤졌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폭우가 몰아치자 대전 팬들은 환호했다. 경기가 우천 노게임 선언되길 바라는 의미였다. 5회말을 마친 뒤 오후 8시22분부터 9시7분까지 클리닝타임 포함 45분간 경기가 우천 중단됐다.
정식경기가 성립된 후에도 삼성이 추가 6득점을 하며 승부가 일찌감치 기울었다. 많은 대전 관중들이 궂은 날씨, 기울어진 승부에 하나둘씩 발걸음을 돌렸지만, 끝까지 남아 응원한 관중들도 있었다. 1루측 응원석을 메운 500~600명 관중들은 폭우 속에도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채로 응원석을 지켰다.

지붕이 있는 본부석 쪽에도 여러 관중들이 비오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빗줄기는 점점 굻어졌고, 오후 10시19분 경기가 우천 중단됐다. 야심한 밤이었지만 관중들은 의리를 지켰다. 한화가 13-2로 크게 뒤져 패배가 확실시 되는 시간이었지만, 관중석에선 응원가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홍창화 응원단장 중심으로 열성팬들이 '나는 행복합니다'를 비롯해 팀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그렇게 30여분의 시간이 흘러 오후 10시49분, 강우콜드 게임이 되며 한화의 패배가 확정됐다.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와 인사를 하자 따뜻한 격려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인사까지 하고 난 뒤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한화 팬들의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주변에서 사인 요청도 많고, 여러모로 관심이 정말 크다. '팬들이 (좋은 성적을) 참 많이 기다려주셨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초반에는 그런 관심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나와 선수단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까지 한화는 홈 38경기 총 관중 38만6703명, 평균 관중 1만176명을 동원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지난 2016년 기록한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총 66만472명, 평균 9173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