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손흥민(26·토트넘)이 드디어 웃었다. 독일전 마지막 순간 골을 터뜨리며 팀의 극적인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에 주장 완장과 함께 출전했다. 이날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의 중책을 맡은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팀의 극적인 2-0 승리와 함께 했다.
4년 전에도 뛰어난 선수였지만, 4년 전보다 더 성장해 있었던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몸값은 훌쩍 뛰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이 기대됐다.

기량은 명불허전이었다. 확실히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클래스가 달랐다. 돌파는 질풍 같았고, 슈팅은 날카로웠다. 멕시코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막판에 터뜨린 중거리 슈팅은 손흥민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을 도와줄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스웨덴전은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 탓에 자신의 위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마치 풀백처럼 뛴 기간도 있었다.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를 보여줬으나 홀로 80m를 뚫어낼 수는 없었고, 여기에 반대편의 동료들도 없었다.
멕시코전에서는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골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지는 못했다. 손흥민도 결국 경기 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독일전의 투지로 이어졌다.
전반 18분 정우영의 슈팅을 노이어가 놓치자 쇄도해 골을 노렸으나 노이어가 한 발 앞서 걷어냈다. 전반 24분에는 중앙에서 흘러나온 공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갔으나 아쉽게 떴다. 전반 종료 직전에도 역습 상황에서 독일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슈팅을 기록하는 등 분전했다.
후반에도 고립된 상황에서 부지런히 독일 수비진을 누볐다. 결정적인 기회는 없었으나 독일 수비진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술적인 몫을 다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독일의 집중 수비에 시달렸고, 후반 29분 상대를 돌파한 상황에서는 노이어 골키퍼의 넓은 활동 범위에 막혔다. 후반 33분에도 슈팅을 터뜨렸으나 이는 포스트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추가 시간에서 김영권이 극적으로 골을 터뜨리면서 손흥민은 동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여기에 경기 막판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나온 것을 공략해 밀어넣어 쐐기포를 만들었다. 손흥민은 이제 더 이상 비운의 아이콘이 아니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