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있었다. 비록 16강은 좌절됐어도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트렸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서 끝난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극적 결승골과 손흥민의 쐐기골에 힘입어 2-0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연패를 당한 뒤 역사에 남을 1승을 거두며 조별리그서 짐을 싸게 됐다. 디펜딩 챔프인 독일(승점 3)은 스웨덴과 멕시코(이상 승점 6)에 밀려 16강행이 무산됐다.

이번 월드컵 내내 독일의 경기력은 신통치 않았다. 멕시코와 1차전에서는 0-1로 충격패를 당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도 지난 스웨덴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막판 터진 토니 크로스의 결승골을 바탕으로 2-1로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자연스럽게 '약체' 한국을 상대하는 전차 군단의 16강행의 가능성이 지배적이었다. 독일의 요하임 뢰브 감독은 한국과 경기에서 총력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한국전 승리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날 독일은 티모 베르너(RB 라이프치히)를 전방에 배치했다. 2선에는 변화가 있었다. '터줏대감'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이 2010년 월드컵 4강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선발 명단서 제외됐다.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 - 메수트 외질(아스날) - 레온 고레츠카(뮌헨)이 배치됐다.
중원에서는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 사미 케디라(유벤투스)가 나섰다. 포백은 요나스 헥터(쾰른) - 마츠 훔멜스 - 니콜라스 슐레 - 조슈아 키미히(이상 뮌헨)이 구축했다. 선발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뮌헨).

뢰브 감독은 부진하던 뮐러를 제외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독일은 높은 점유율을 실제적인 공격 기회로 연결하지 못했다. 초반 승리가 절실한 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다. 결국 초반이 지나자 한국은 수비 라인을 잡고 독일의 공세를 막아내기 시작했다.
독일-한국전을 해설하는 스티븐 제라드와 디디에 드록바 등 많은 선수 출신 해설가들이 "독일이 한국전 보여준 모습을 보면 공을 소유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서는 안된다. 그것을 기회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후반 독일은 교체 카드를 모두 공격에 활용하며 치열하게 골을 노렸다. 뮐러 - 마리아 고메즈 - 율리안 브란트가 연달아 투입됐다. 공격 일변도로 나선 독일이지만 한국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오히려 한국의 역습에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경기 막판 독일은 코너킥 상황서 김영권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비디오 판독(VAR) 결과 한국의 골이 인정되자 독일 팬들은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노이어가 공격에 가담하자 손흥민이 추가골을 터트리며 전차 군단을 완벽하게 망가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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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잔(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