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도루 1위' 한화 발야구에 숨은 디테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6.28 06: 00

빠르고 공격적인 주루, 올해 한화의 가장 달라진 컬러 중 하나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계속 주문하고 있다. 예전부터 우린 안타 3개를 치고도 득점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안타 1개로 득점이 날 수 있는 야구를 해야 상대와 경쟁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올 시즌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그림대로 과감하고 두려움 없는 발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한화의 팀 도루는 62개로 이 부문 2위 삼성(57개)에도 여유 있게 앞선 리그 1위에 올라있다. 도루 실패도 33개로 성공률은 9위(65.3%)이지만 '언제든 도루할 수 있는 팀'으로 상대 수비를 압박하고 있다. 

한화의 도루는 6월에 대폭 증가했다. 3~4월 29경기에선 21개로 5위, 5월 25경기에선 11개로 역시 5위. 리그 평균이었지만 6월 들어 23경기에서 리그 최다 30도루를 성공했다. 도루 실패도 10개가 있었지만 매 경기 하나 이상 도루로 숫자를 대폭 늘렸다. 지금 페이스라면 17년 만에 팀 도루 1위도 가능하다. 
한화는 지난 2001년 135도루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그 이후 리그 대표 느림보 군단이 됐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루 순위는 4-5-4-8-7-8-6-8-7-7-7-9-8-10-10-9위. 16년 동안 도루 3위 안에 든 적이 없었다. 2013년 구장 확장 전까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었고, 뛸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스피드 군단으로 탈바꿈했다. 이용규가 팀 내 최다 18도루를 성공했고, 제라드 호잉이 12도루로 뒤를 잇고 있다. 이성열과 하주석도 6도루를 기록 중이고, 김민하와 정은원도 5도루를 했다. 어느 정도 주력이 되는 선수들이 루상에 나가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1·3루 상황 작전이 다양하다. 
1루 주자가 먼저 런다운에 걸린 사이 3루 주자가 홈으로 파고드는 더블 스틸이 증가했다. 상대팀들 사이에서 '더블 스틸 주의보'가 떨어진 후에는 이를 파생한 작전으로 1루 주자가 2루를 쉽게 훔친다. 타팀 관계자는 "한화가 캠프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게 보인다. 도루 실패나 주루사가 많지만, 수비를 흔드는 야구를 한다. 투수들의 약점 파악도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화는 경기 전 상대 투수들의 투구 동작과 퀵모션을 집중 분석한다. 단순히 더블 스틸뿐만 2~3루 도루도 사인이 주어질 때가 있다. 한용덕 감독도 전력분석팀과 상대 투수 영상을 직접 보며 약점을 찾는 데 적잖은 시간을 쏟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선수들도 작전수행능력이 좋아졌다. 
한용덕 감독은 "최근 도루가 늘어난 건 부상 선수들이 빠지면서 타격만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게 필요한데 효과를 보고 있다. 선수들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뛴다. 더블스틸도, 3루 도루도 망설이지 않고 있다. '모 아니면 도' 모험이지만 망설이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과감하지만 디테일까지 숨어있는 한화의 발야구가 대변신한 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waw@osen.co.kr
[사진] 이용규(위)-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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