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많았으나 마지막 결과가 사뭇 달랐다. 독일전 승리로 체면을 세운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추후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 2-0으로 이기며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비록 스웨덴이 멕시코를 잡는 바람에 조 3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FIFA 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을 꺾는 대회 최대의 이변을 일으키며 저력을 과시했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에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사다난했던 대회였다. 2014년 월드컵 이후 팀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전격 경질되는 등 월드컵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는 했지만 경기력의 우려가 컸다. 대회 초반에는 그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 했다. 스웨덴에 0-1로 졌고, 멕시코에도 1-2로 졌다.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신태용 감독에 대한 비난도 커졌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확신을 심어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몇 차례 전술 변화를 가져가는 등 고심한 흔적을 드러냈으나 이 짜임새는 완벽하지 않았다. “확실한 플랜 A 없이 임기응변에 의존한다”, “본선에서까지 실험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독일전에서 전술적으로 비교적 잘 준비된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의 헌신적인 움직임 속에 신 감독의 전술도 잘 들어맞았다. 독일의 조급한 심리를 이용한 효율적인 전술이 결국은 깜짝 승리로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이제 신 감독의 향후 거취도 관심이다. 만약 독일전에서도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면 자연히 지휘봉을 내려놓는 수순이었다. 2014년 홍명보 감독을 연상케 했다. 홍 감독과 신 감독은 유스 레벨에서 좋은 성과를 낸 뒤 대표팀 사령탑을, 그것도 급히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촉망 받는 젊은 감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논란이 많았다는 점 또한 비슷했다. 홍 감독은 이른바 ‘엔트으리’로 불리는 선수 선발 과정이 비판을 받았고, 신 감독도 '트릭 논란' 등으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지 못했고 월드컵 직후 곧바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촉망받는 지도자였던 홍 감독은 아직 국내에서는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신 감독은 독일전 승리로 여론을 어느 정도 돌려놨고, 홍 감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선수 운영이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월드컵을 앞두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도 내년 아시안컵까지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대한축구협회가 신 감독의 공과를 정확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