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소득도 있었다. 디펜딩 챔프이자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으며 자존심을 챙겼다. 월드컵 이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풀타임으로 뛰며 최후방에서 뛰어난 선방으로 맹활약했다. 가치가 급상승했다. 거함 독일을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90분 내내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조현우의 선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현우는 독일전을 클린시트로 만들며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독일은 조현우의 벽을 뚫지 못했고, 조급해진 경기 종료 추가 시간에 2골을 내리 허용했다. 독일은 이날 26개의 슈팅을 난사했다. 조현우는 6개의 세이브로 클린시트를 작성했다. 독일 상대로 9개의 선방을 기록하며 무실점했던 오초아와 거의 대등했다.

전반 38분 문전 혼전 상황 골문 바로 앞에서 훔멜스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냈다. 후반 2분 고레스카가 노마크 상황에서 헤더를 시도했는데, 몸을 날려 슈퍼 세이브로 저지했다. 후반 22분 고메즈의 헤더, 종료 직전 크로스의 슈팅까지 모조리 막아냈다.

조현우는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골키퍼 중에서 세이브 부문에서 톱3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려놨다. 멕시코 오초아가 17개로 1위. 덴마크의 슈마이켈이 14개로 2위다. 조현우는 3경기에서 13개의 세이브로 3위에 올라 있다.
독일의 명수문장 노이어는 3경기에서 4실점하며 선방 11개로 조현우보다 아래에 있다. 스페인의 데 헤아는 3경기에서 선방은 단 1개, 실점은 5골이나 허용했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스웨덴과의 첫 경기부터 주전 골키퍼로 나서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골문을 지켰다. 베리가 골문 앞 노마크 찬스에서 때린 슈팅을 무릎으로 막아내는 등 동물적인 감각을 자랑했다. 공중볼도 안정되게 처리했다. 영국 BBC는 한국이 패배했음에도 조현우에게 가장 높은 평점을 매겼다. 외신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멕시코전에서도 한국은 1-2로 패했지만, 조현우는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는 평가였다. 후반 12분 과르다도의 슈팅을 몸을 날려 왼손으로 걷어내는 등 3차례 선방을 기록했다.
조현우는 독일전 승리 후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김승규나 김진규 선배가 뛰었어도 나보다 잘 했을 것이다"고며 "앞에서 동료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다. 우리 선수들이 준비를 많이 했고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16강에 실패했지만 앞으로 아시안컵도 있다. 팬들이 응원을 계속 해주시면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대구 시민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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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잔(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