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러시아] #구원투수 #트릭 #독일...키워드로 본 '신태용호 1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6.28 05: 21

신태용호가 월드컵 여정을 마쳤다. 시작은 실망스러웠지만 역사적인 1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서 끝난 독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극적 결승골과 손흥민의 쐐기골을 앞세워 2-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에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승2패로 3위가 됐지만 나란히 2승1패(승점 3)를 기록한 스웨덴과 멕시코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은 한국과 같은 1승2패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구원
신태용호의 1년은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지난 2017년 6월 14일 카타르전에 패한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7월 4일 신태용 감독이 선임됐다.
신 감독은 구원투수로 불렸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독이 든 성배'를 스스로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11개월이라는 짧은 보장 기간에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신 감독은 "축구의 위기가 온 것은 사실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서 "위기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논란
신태용호는 다사다난했다. 우선 코치 선임. 김남일, 차두리, 전경준, 김해운 코치는 모두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만큼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을 처음 경험하는 만큼 노련미를 지닌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평이었다.
이에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미냐노를 영입됐다. 이들은 스페인의 2010 남아공 대회 우승과 유로 2012 우승을 이끈 경험을 지녀 각각 수석코치와 피지컬 코치로 임명됐다. 지난 3월에는 가르시아 에르난데스코치가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했다.
히딩크 논란도 있었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슈틸리케 감독 사임 당시 관계자를 통해 다시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축구팬들이 폭발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호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인 상황에서 히딩크 재부임 논의는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불만이기도 했다.
#트릭
신태용호에 대한 신뢰는 계속 바닥을 기었다. 월드컵을 눈앞에 둔 평가전은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않은 가운데 '테스트'가 계속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신 감독은 '트릭' 발언으로 축구팬들의 조롱을 사기까지 했다. 한수아래로 평가받던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0-0으로 비긴 후 공격 선발라인업에 손흥민-황희찬 조합이 아닌 김신욱-황희찬을 투톱으로 내세운 것을 "트릭"이라고 설명했다.
축구팬들은 또 한 번 의아해 했다. 굳이 테스트를 반복하고 트릭을 써야 한다면 굳이 외국 대표팀을 돈들여 부르고 해외 전지훈련을 갈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트릭'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올인을 선언했던 스웨덴과의 1차전이 끝난 후 모든 화살이 신태용호를 향했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대표팀다운 경기를 바랐던 팬들의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부상
신태용호는 부상으로 신음했다. 대표팀 소집 전부터 염기훈을 비롯해 권창훈, 김민재, 이근호, 김진수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이 생각해둔 플랜A 뿐 아니라 플랜B까지 망가졌다. 결국 신 감독은 23명의 최종엔트리를 뽑기 위해 다양한 실험에 나서야 했다. 평가전에서도 전력을 숨겨야 했다. 
부상 악령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따라 다녔다. 스웨덴전에서 박주호가 허벅지를 다쳤고 멕시코전에서는 '캡틴' 기성용이 장딴지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장을 할 수 없게 됐다.
#독일
이런 가운데 신태용호는 독일을 맞이했다. 독일은 지난 대회 챔피언이었다. 대부분의 우승 전력을 그대로 보유했고 사령탑도 요아힘 뢰브 감독이었다.
경우의 수는 있었다. 하지만 16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독일을 이겨야 했다. 더불어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줘야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팬들은 대표팀의 3전전패를 기정사실화 했다. 지난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이회택호가 당한 이후 28년만에 다시 3전전패 수모를 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강했다. 대표팀은 마지막까지 독일의 공격을 막아냈고 결국 골을 터뜨렸다. 이날 대표팀이 독일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전적이었다. 아시아팀으로는 처음 월드컵에서 독일을 눌렀고 그 승리로 인해 독일은 80년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고배를 들어야 했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 승리로 어느 정도 명예회복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스웨덴과 멕시코전 패배가 더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수비력 논란을 일으켰던 장현수도 이날 맹활약, 조별리그 탈락을 제외하면 모두가 행복해진 독일전이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카잔(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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