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혁명적인 변화 환골탈태적인 변화 전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잠시 독일전 승리에 대한 자축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하지만 동시에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통렬하게 외쳤던 조언을 되새겨야 할 시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독일과의 3차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였다. 한국은 비록 16강이 좌절됐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꺾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즐겁게 월드컵을 마감하게 됐다.
경기 전만 해도 3전전패를 걱정했다.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은 지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만에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봤다. 비관적인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신태용호는 비록 1승2패로 월드컵 여정을 마감했지만 세계 축구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 해도 될 것 같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이날 패배로 80년만에 처음 조별리그 탈락의 심정을 통감했다.
이에 2002년 4강, 2010년 원정 16강 주역 이영표 위원도 "5년 동안 해설하면서 오늘 칭찬한 것이 훨씬 많다. 이런 축구라면 환영한다"고 승리를 기뻐했다.
하지만 이 위원은 독일전 승리에만 취해 있지 않았다. 이 위원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가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시스템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 우리가 독일을 꺾었다. 환경적으로 시스템이 개선되면 이번 경기 같은 기적은 더 가능하다.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이미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멕시코전에 앞서 한국축구를 향해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당시 이 위원은 "현상보다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런 상태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면 4년마다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돼야 할 월드컵이 팬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씁쓸해 한 바 있다.
또 이 위원은 "언제까지 우리는 선수들의 투혼에만 기대는 축구를 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수준 이상이 되는) 축구를 하면 안되나"면서 "탈락한 뒤 일주일만 지나보라. 협회를 비롯해 다들 변하겠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4년 후 한국축구 문제점을 반복할 것이다. 4년 전 내가 한 말을 지금 반복하고 있듯이 4년 후에도 똑같이 말하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출전했던 대표팀은 1무2패 참담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와 팬들로부터 '엿 세례'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국민 앞에 서서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사과한 뒤 "현재의 시련을 거울삼아 더 큰 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은 없었다.
이 위원은 "홍명보, 박지성을 영입한 협회가 발전하고 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주 올바른 일이고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한국축구는 단순히 변하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 환골탈태적인 변화, 전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약간 변하고 조금 더 발전하고 이렇게해서 한국 축구가 발전할 건 아니다"고 통렬한 비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으면 한국축구는 10년 안에도 달라질 수 있다. 10년은 혁명적인 변화 후 나타나는 선수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며 "지금 하지 않으면 100년, 20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뼈아픈 경고를 날렸다. "특정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모든 축구인의 잘못이다. 근본적으로 다시 세팅을 해야 한다. 어려워도 해야 한다. 그런 결단이 없다면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위원은 4년 전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월드컵이 끝나고 정부에서 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있었다. 그 때 제게 요청이 왔지만 가지 않았다. 탁상행정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며 "실제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끝났다. 문체부에서 두 번 정도 모임을 갖고 끝난 것으로 안다. 이런 거 말고 진짜 의식있고 본질적으로 한국축구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카잔(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