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전차 군단의 몰락. 세계를 호령하던 한 세대의 종말이 현실화 됐다.
전차 군단의 진격이 멈췄다. 독일은 28일(한국시간) 끝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2골을 내주며 0-2로 패배했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1승2패의 성적으로 조 4위 탈락의 충격을 맛봤다. 이번 대회 독일은 역대 최악의 경기력으로 세계를 호령한 대표팀의 위상은 사라진 채 몰락을 거듭했다.

조별리그 내내 고전한 독일은 1차전 멕시코전 패배 이후 스웨덴전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으나 한국에 0-2로 패배하며 무너졌다. 독일이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팀에 진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독일 축구의 강점은 월드컵 4회 우승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꾸준함이다. 서독 시절인 1954년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14년 대회까지 단 한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본 적이 없다. 1954년을 포함해서 1974년, 1990년, 2014년에 모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은 악몽으로 마무리되며 16강 연속 진출의 대기록도 종료됐다. 독일은 대회 전부터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평가전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리그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라스 벤더나 르로이 사네 등을 최종 명단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됐다.

터키계인 메수트 외질과 일카이 권도간이 지난 5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것도 악재였다. 특히 권도간은 ‘존경을 담아 나의 대통령께’라는 문구를 쓴 유니폼을 에르도안 대통령에 선물하여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대회 전부터 독일이 강조하는 디만샤프트(Die Mannschaft, 더 팀) 정신이 흔들렸다.
충격적인 패배 이후 독일 언론들은 강하게 요하임 뢰브 감독과 대표팀을 비난했다. 빌트는 '말이 안 나온다.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굴욕이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만 두 번의 패배를 당하며 러시아를 떠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뢰브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 이상으로 좋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0골을 기록했던 독일 축구의 상징과도 같았던 뮐러는 3경기(2경기 선발, 1경기 교체)에서 아무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큰 비판을 샀다.
뮐러와 마찬가지로 대표팀의 주축 선수였던 외질과 사미 케디라도 큰 비판을 샀다. 두 선수 모두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전차 군단의 몰락을 가속화 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흐렸던 외질은 한국전 직후 독일 관중과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전차 군단의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하엘 발락이나 로티어 마테우스 등 독일 국가 대표팀 선수 출신들이 앞다투어 이번 대표팀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마테우스는 한국전 패배를 보고 난 후 "이것은 내가 아는 독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월드컵 참패로 독일 대표팀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뢰브 감독의 퇴진설부터 몇몇 선수의 대표팀 은퇴설이 돌고 있다. 아직까지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 대표팀 단장은 "뢰브 감독 체제로 계속갈 것이다"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독일 내 뢰브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워낙 높은 것이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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