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와 벨기에가 브라질을 피하기 위해 대놓고 백업 축구를 펼쳐 빈축을 샀다.
벨기에는 29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서 후반 야누자이의 결승골에 힘입어 잉글랜드를 1-0으로 물리쳤다. 벨기에는 3연승-G조 1위로 16강에 오르며 일본과 8강행을 다투게 됐다. 2위로 밀려난 잉글랜드는 16강서 H조 1위 콜롬비아를 상대하게 됐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만났다. 두 팀 모두 튀니지와 파나마를 꺾었다. 튀니지와 파나마는 나란히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H조 2위 일본을 상대하지만 8강서 브라질-멕시코 승자를 만나야 했다. 4강에 진출해도 우루과이, 포르투갈,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우승후보들과 맞닥뜨리는 대진.
아이러니컬 하게도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대진은 더 순조롭다. 16강서 H조 1위 콜롬비아를 꺾어야 하지만 8강서 스웨덴-스위스전 승자와 붙을 수 있다. 이후에도 스페인, 러시아, 크로아티아, 덴마크 등 반대편 대진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국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주전 대부분을 벤치로 내리고 백업 자원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벨기에는 골키퍼 쿠르투아와 수비수 보야타를 제외하고 무려 9명을 바꿨다. '캡틴' 아자르, 루카쿠, 더 브라위너 등 핵심 요원들이 벤치에서 시작했다. 대신 바추아이, 야누자이, 샤들리, 뎀벨레, 펠라이니, 베르마엘렌 등이 기회를 잡았다.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다. 골키퍼 픽포드, 수비수 스톤스, 중앙 미드필더 로프터스-치크만이 재차 선발로 나섰고, 8명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득점 선두이자 주장인 케인을 비롯해 헨더슨, 스털링 등이 벤치를 지켰다. 대신 바디와 래쉬포드, 존스, 케이힐, 로즈, 델프 등이 선발 출격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관중들의 야유를 피하지 못했다. 아자르, 루카쿠, 더 브라위너, 케인, 헨더슨, 스털링 등의 플레이를 기대했던 팬들은 백업 자원들의 아쉬운 경기력에 채찍질을 가했다. 후방에서 볼을 돌리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야유가 나왔다.
예상대로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잉글랜드는 전반 4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안으로 향한 것은 없었다. 벨기에는 45분 동안 유효슈팅 3개를 기록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양 팀 모두 주전의 대부분이 바뀌면서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공격 지역의 세밀함도 떨어졌다.

벨기에가 후반 6분 야누자이의 선제골로 앞서가자 소강상태였던 내용이 조금은 활기를 띠었다. 벨기에는 후반 29분 눈부위가 찢어졌던 베르마엘렌을 빼고 빈센트 콤파니를 넣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34분 웰벡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벨기에는 후반 41분 야누자이 대신 드리스 메르텐스를 투입했다. 다소 싱거웠던 승부는 결국 벨기에의 승리로 끝났다.
잉글랜드는 지고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6강서 콜롬비아를 제압할 경우 8강서 비교적 손쉬운 스웨덴-스위스전 승자를 상대하게 됐다. 반면 벨기에는 16강서 일본을 꺾고 8강에 오를 경우 브라질-멕시코전 승자와 맞닥뜨린다. 브라질과 벨기에의 맞대결이 성사되면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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