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지도자 연수에 나선 정대현은 야구를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그는 "선수 시절에야 내가 해야 할 부분만 신경쓰면 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대현은 통산 46승 29패 106세이브 121홀드(평균 자책점 2.21)를 거두며 KBO리그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과 팔꿈치 부상으로 시달리며 아름답게 마무리 짓지 못했다. 정대현은 "어떻게 보면 한국 투수보다 신체 조건이 열세이나 구위는 월등히 앞선다. 자기 관리와 훈련 방식에 대해 지켜보며 해답을 찾고자 한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웅인 그는 "벌써 10년이 흘렀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여전히 엊그제 일처럼 또렷하게 남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정대현과의 일문일답.

-3월 1일부터 지도자 연수를 시작했다. 어떠한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가.
▲현역 시절 부상이 잦았던 만큼 컨디션 관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보면 한국 투수보다 신체 조건이 열세이나 구위는 월등히 앞선다. 자기 관리와 훈련 방식에 대해 지켜보며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나는 잠수함 투수였으니 오버 핸드 투수의 성향 및 매커니즘에 대해 좀 더 배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러 부분에서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잘 알려진대로 선수들의 기본기가 정말 탄탄하다. 선수 육성에 있어 기본기를 가장 중요시한다. 3군에도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1군에서 기용해볼만 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1군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선수 스스로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선수들도 기본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 야구의 지도 방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령 A 투수에게 문제점이 있다고 치자. 한국의 경우 문제점을 곧바로 지적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 하지만 일본은 스스로 느낄 때까지 지켜보는 편이다.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곧바로 지적할 경우 헷갈리거나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화제를 돌려보자. 현역 시절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가.
▲데뷔 첫 세이브(2003년 4월 5일 잠실 LG전)를 거뒀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생각해도 2001년과 2002년은 선수로서 준비가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경기에 나가는 게 두려웠고 나를 둘러싼 평가도 결코 좋지 않았다. 한 마디로 깜깜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신고한 뒤 나의 장단점과 나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 깨닫게 됐다.
-마운드 위에서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 흔히 말하는 포커 페이스다.
▲중간 투수는 감정 기복이 심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지만 더 신경을 썼다. 돌이켜 보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그래야만 내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룬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벌써 10년이 흘렀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여전히 엊그제 일처럼 또렷하게 남아 있다.
-포스트 정대현을 꼽는다면.
▲최근 들어 잠수함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기쁘다. 굳이 한 명을 꼽는다면 박종훈(SK)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대표팀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다.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적지 않다. 선수들도 부담스럽겠지만 코칭스태프의 부담감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현역 시절에는 몰랐지만 은퇴 후 그러한 고충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팀이 잘 할 수 있도록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돼야 한다고 본다. 성적표를 받아든 뒤 평가해도 늦지 않다.
-추구하는 지도자상과 향후 계획은.
▲선수들에게 자립심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지도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10월 코치 연수가 끝나는데 향후 진로가 정해진 건 없다. 내가 지금껏 배우고 경험했던 부분을 제대로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