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태임이 많은 의문점을 남긴 채 모든 종적을 감추고 은퇴를 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의 프로필도 삭제되면서 이제 ‘배우 이태임’은 완벽하게 사라지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도 멋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이태임이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그의 은퇴가 더욱 아쉽기만 하다.
이태임은 지난 3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선언 당시, SNS를 통해 “여러 생각과 고통 속에서 지난날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들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
소속사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의 은퇴 선언은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이태임은 소속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개인 SNS도 삭제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프로필도 삭제한 그는 배우로서의 모든 흔적을 지웠다. 이제는 연예인 이태임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이태임의 연예계 생활은 누구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섹시스타로 주목 받다가, 2015년 예능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욕설 파문을 일으켜 자숙을 해야만 한 이태임. 이후 그는 약 2년 동안 별다른 작품을 하지 못하다가 드라마 ‘유일랍미’와 ‘품위 있는 그녀’를 통해 재기에 성공, 예능 ‘비행소녀’ 등에 출연했다.
그는 은퇴할 즈음 자신의 짝을 만나 임신을 했다. 최근 만삭인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된 적도 있다. 배우로서 초조함과 고민을 안고 있던 차에, 임신을 하며 이제는 모든 걸 정리하고 ‘평범한 삶’을 살겠다고 판단한 그의 선택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품위 있는 그녀’ 이후 종영 인터뷰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생각한다면, 도망치듯 모든 걸 지우는 이태임의 선택이 아쉽기 그지 없는 것.
이태임은 지난해 8월 ‘품위 있는 그녀’가 종영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 사건으로 인해서 난 여배우로서는 끝났구나 싶었다. 어떤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로 해도 그 모습이 겹쳐서 보일 텐데 연기를 관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욕설 파문 이후의 상태를 회상했고, “그러니 내게 '품위녀'는 정말 큰 의미였다. 이 드라마로 인해서 제가 어떻게든 배우로서의 첫 발을 다시 딛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로, 이태임은 ‘품위 있는 그녀’를 통해 배우로 다시금 ‘첫 발’을 내딛었다.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남은 꿈으로 “내 인생 목표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언젠가 배우로 인정받아서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또 하나는 김성령 선배님처럼 나중에까지 멋있게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연기 열정에 가득 차있었고,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
‘배우로서의 이태임이 꽃을 피우겠다’는 느낌이 그 인터뷰에서 남은 가장 강렬한 감정이었다. 배우로서 더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을 들게 할 만큼, 이태임의 마음가짐도, 날카로운 배우로서의 열망도 남달랐다. 하지만 그랬던 이태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은퇴는 급작스러웠고 완벽했다. 평범한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배우로 남을 수 있었다. 왜 굳이 이태임은 컴백 가능성까지 모두 지우며 떠나야 했을까. 연기에 대한 목마름으로 아직 형형하게 빛나던 그의 눈빛이 아직도 이렇게 기억나는데 말이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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